[사설] 반도체 투자 소외 울산, ‘제조 AX’ 지원 이끌어 내야

2026-06-29     강정원 논설실장

  정부와 반도체 관련 대기업들이 어제 모두 800조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 수도권에 집중됐던 첨단산업 거점을 분산시켜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는 거시적 방향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바라보는 울산 시민과 지역 산업계의 마음은 착잡함을 넘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 산업수도를 자처해 온 울산이 국가 미래 지도에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 계획에서 울산에 할당된 몫은 극히 제한적이다. 영남권에 배정된 60조원 중 구미가 피지컬 AI·휴머노이드 로봇 양산라인을, 부산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및 첨단 패키지 기판 생산라인을 가져갔다. 반면 울산은 삼성SDI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와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중심 투자, 그리고 SK의 기존 데이터센터 확대 수준에 그쳤다. 그동안 울산시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제조 AX(인공지능 전환), 피지컬 AI 산업 등 핵심 미래 먹거리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지방자치단체 간의 첨단 산업 유치 경쟁은 이미 생존 게임으로 치달았다.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풍부한 부지와 재생에너지를 무기로 ‘기업하기 좋은 호남’을 만들며 국가적 전폭 지원을 약속받았다. 충청권 역시 HBM과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메카로 굳어지고 있다. 반면 울산은 미래 첨단 산업의 핵심 인프라와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비상이 걸렸다.

  새로 출범한 김상욱 시정은 ‘제조업 기반의 AX’를 핵심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울산이 가진 강력한 제조 기반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산업 수도’로 재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비전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국가지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인프라 지원과 대기업의 메가 투자가 호남과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 상황에서 자칫 울산의 AX는 반쪽짜리 계획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울산시와 지역 정치권, 상공계, 그리고 시민사회까지 하나로 뭉쳐 정부를 상대로 울산의 당위성을 강력히 피력해야 한다. 정부 역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보유한 울산의 분산에너지 특구 장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울산이 제조업 AX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후속 보완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