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학교관리자 중도퇴직 증가, 학교자치 회복이 해법이다

행정업무부터 학교폭력까지 업무영역 확대 권한 줄이고 책임 전가…관리자 줄이탈 비상 예산 등 자율성 확보 미래 교육 도약 출발점

2026-06-29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학성고 진로진학부장·본지 독자권익위원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학성고 진로진학부장·본지 독자권익위원

  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장·교감 등 학교관리자의 명예퇴직과 중도퇴직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나 세대교체 과정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학교 현장의 리더들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교육 현장을 떠나는 현상은 우리 교육행정 체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교육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교장 명예퇴직자는 최근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교감 명예퇴직자 역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도에서는 교장·교감 명예퇴직 인원이 5년 전보다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기도의 경우 전체 중도퇴직 교원 수가 2020년 1,392명에서 2024년 1,964명으로 증가했으며, 관리자 직군의 조기 퇴직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업무량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관리자의 역할이 교육 리더에서 행정 집행자로 축소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원래 학교경영과 학교관리는 그 의미가 다르다. 학교경영은 학교의 비전과 발전 방향을 설계하고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적·물적·재정적 자원을 활용하는 전략적 활동이다. 반면 학교관리는 조직을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한 행정적·실무적 활동이다. 학교경영이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라면 학교관리는 현재를 유지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교육청 중심의 획일적인 업무 체계가 강화되면서 학교경영의 영역은 축소되고 학교관리의 영역만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각종 정책사업, 공모사업, 성과평가, 보고서 작성, 감사 대응, 민원 처리 등이 증가하면서 학교관리자는 교육철학과 학교 비전을 구현하는 교육 리더가 아니라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관리자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한 현장의 불만도 적지 않다. 단적인 사례로 운동부를 운영하는 학교의 경우 학생선수 인원 확충 정책이 학교장과 충분한 협의 없이 교육청 중심으로 추진되는 사례가 제기되고 있다. 학생선수 선발과 육성은 학교의 교육철학과 학사 운영, 지도교사 확보, 훈련시설, 예산, 학생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학교경영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이 추진된다면 학교장의 경영권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는 학교를 자율적 교육기관으로 보기보다 행정조직의 하부 집행기관으로 인식하는 관료주의적 사고의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이다. 학생 안전사고, 학교폭력, 교권 침해, 학부모 민원, 시설관리, 늘봄학교 운영 등 학교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한 최종 책임은 학교장이 부담한다. 그러나 정작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자율권과 결정권은 제한되고 있다. 권한은 교육청이 행사하고 책임은 학교가 부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자치가 실질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경영권이 보장돼야 한다. 특히 예산 편성과 운영의 자율성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상당수 예산은 목적사업비 중심으로 편성되어 학교가 교육적 필요에 따라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학교마다 학생 구성과 교육환경, 지역 특성이 다른 만큼 예산 또한 학교가 자율적으로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교육청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 교육청은 학교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관이 아니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줄이며 학교가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교육청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교육청은 학교관리자를 단순히 공문을 처리하고 업무시스템에서 클릭을 수행하는 기능적 존재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학교관리자는 행정업무 처리자가 아니라 학교의 미래를 설계하고 교육공동체를 이끄는 교육 리더이다. 학교의 비전을 제시하고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를 연결하며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이제는 교육청 중심의 획일적 관리 체계를 넘어 학교 중심의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학교를 신뢰하고 권한을 부여할 때 책임 있는 학교경영도 가능해질 것이다. 학교관리자가 교육 리더로서 자긍심을 갖고 학교를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교육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학성고 진로진학부장·본지 독자권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