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도, 보상도 못 한다…울산 중구 우정지하상가 해법 없는 갈등

1978년 조성…반세기 이어진 존치·철거 갈등 상인들 “행정이 만든 상가, 최소한의 보상 필요” 중구 “법적 근거 없어 불가…자진 철거시 변상금 중단”

2026-06-30     윤병집 기자
텅 빈 우정지하차도 지하상가의 모습.
1978년 조성된 울산 중구 우정지하보도 지하상가가 존치와 철거, 보상 문제 사이에서 반세기 가까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분양을 받았던 상인들은 최소한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구는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입장이다.

30일 오전 찾은 울산 중구 태화루사거리 인근 우정지하보도. 1칸 당 약 10㎡(3평)로 총 25칸이 조성돼 상가를 형성하고 있는데, 문을 연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문을 닫은 상가 내부는 시커멓게 곰팡이가 쓸었고, 지상에서 유입된 먼지가 지하보도 바닥에 자욱히 쌓여 있었다.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한두명씩 사람이 오갔지만, 대다수가 불꺼진 상가에 관심없는 듯 무심히 지나갈 뿐이었다.

우정지하보도 내 상가가 텅빈 채 방치돼 있다. 사람 손을 타지 못해 벽면 아래부터 시커멓게 곰팡이 쓴 모습이다.
우정지하보도는 1978년 태화루사거리 강북로 아래 설치된 보행시설로, 지하보도와 함께 25칸 규모의 상가가 조성됐다. 당시 경상남도 울산시가 상가를 임대했는데, 최초 임차인 A씨가 상가 전체를 넘겨받은 뒤 다시 분양 형태로 되파는 과정이 이뤄지면서 현재 상인들이 입주하게 됐다.

그러나 1980년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감사에서 민방위시설인 지하보도 내 상가는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내려졌고, 이후에도 네 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의 감사 지적이 반복됐다. 상인들의 강한 반발로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고, 1989년부터는 불법 점용에 따른 변상금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지하상가 상권이 활성화돼 상인들도 변상금을 영업을 위한 비용 정도로 여기며 납부했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와 지상 횡단보도 확충 등으로 지하보도 이용객이 줄면서 상권도 급격히 쇠퇴했다.

25년째 건강기능식품을 팔고 있는 이일남(60대)씨는 “지하보도로 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장사가 될 턱이 있나. 대부분 장사 접고, 5명 정도밖에 안 남았다”라며 “태화동에 있던 시외버스터미널이 삼산동으로 옮겨가고, 한 10년 전에는 바로 위에 중앙버스전용차로랑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상권이 완전히 죽어버렸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이제 상권 회복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아무런 보상 없이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과거 울산시가 경상남도 소속이던 시절 상가를 임대했고, 현재 상가 모습으로 구획 정리를 한 것도 행정의 의지였던 만큼 현 지자체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주장도 나온다.

한 상인은 “어찌됐든 행정에서 처음 만들고 운영한 상가 아닌가. 그때 정당하게 돈을 주고 들어온 사람들은 최소한의 보상은 받고 나가야 한다 본다”고 주장했다.

우정지하차도 지하상가 상인들이 지난 23일 울산 중구청을 찾아 보상 등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김영길 구청장이 이들을 응대해 법적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상인들은 이 문제를 두고 수차례 중구청을 찾아 방안 마련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23일에는 구청장실을 찾은 상인들을 김영길 청장이 응대하며 “법적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이들을 달래보내기도 했다.

중구는 현실적으로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거 행정이 상가를 임대한 사실과 별개로, 최초 임차인 A씨가 이를 분양권처럼 되팔았다는 부분은 행정 책임으로 볼 순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기존 상가를 그대로 양성화하는 것도 힘든 실정이다. 우정지하보도는 2014년 민방위시설에서는 해제됐지만, 도로법상 엄연한 교통시설물이기 때문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상가는 모두 불법 점용에 해당한다. 점용허가를 받으려면 일단 기존 불법 지장물, 즉 상가를 모두 철거하고 다시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중구 관계자는 “상인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근거 없이 보상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며 “상가 내부 지장물을 자진 철거하면 변상금은 더 이상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