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수국을 품은 고래 문화마을

2026-06-30     조정숙 시인
조정숙 시인

     장생포 문화마을이다. 수국이 피어 시선이 닿는 곳마다 설렘이 가득하고 미소가 지어진다. 수국은 저마다 화려한 색감을 뽐내며 방문객을 반긴다. 바다를 닮은 푸른색부터 수줍은 보랏빛, 포근함을 주는 분홍빛, 청순함을 주는 흰색까지 토양에 따라 신비하게 변하는 꽃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걷는 내내 눈이 호강을 한다.

 수국이 핀 고래문화마을은 우리나라 최대의 포경 전진기지였다. 2008년 고래마을특구로 지정되면서 조성된 고래 테마 마을로 1960~1970년대의 장생포 동네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였다. 꿈 고래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마을인데 고래광장, 고래 조각 정원, 장생포 옛 마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생포에 화룡점정을 찍는 장소로서 고래잡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마을 입구에는 조각으로 만든 개가 지폐를 물고 우리를 맞는다. 장생포가 1980년까지 빠르게 성장을 하면서 얼마나 잘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골목길을 따라가면 그 시절 장생포 국민학교, 책방, 이발소, 사진관, 고고장 연탄 가게, 전파사, 구멍가게, 방앗간, 포수의 집, 고래 해체장, 고래 착유장, 우체국, 국수집, 고래고기 팔던 집 등의 건물이 있다. 당시의 생활 소품, 거리 풍경을 재현해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공연과 고래 놀이터 등의 이용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60~70년대 고래 문화를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곳처럼 생각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를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는 곳으로 이만한 공간도 없다.

 이런 곳에 유월이면 수국 물결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2022년에 시작된 수국 축제는 울산을 대표하는 여를 축제로 고래 문화 마을과 오색 수국 정원을 중심으로 개최된다. 3만여 그루의 수국이 조각공원의 고래와 함께 춤을 춘다. 고래잡이 전성 시기에 포수들의 거친 숨결이 가득했던 언덕에 수십만 송이의 수국이 장관을 이룬다. 문화마을 녹슨 슬레이트 집붕과 오색의 꽃망울이 교차하는 골목을 걷다 보면 장생포의 오래된 시간과 현재가 이어져 활기를 찾고 위안을 받는다.

 장생포 앞바다는 고래의 회유지였다. 선사 시대부터 조상들이 풍어굿을 하고 고래를 잡아 왔다. 고래잡이의 메카 장생포는 포경 전성기였던 1970년대 를 전후해 십여 년간 울산 최고의 부자 마을이었다. 포경선이 풍어 깃발을 올리고 배 옆에 고래를 매단 채 귀항하면 마을은 잔치 분위기로 들썩였다. 고래잡이가 금지된 이후 쇠락의 길을 걷던 장생포는 고래 문화 마을을 기반으로 부활했고 관청과 주민이 심은 수국과 더불어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됐다.

 장생포에 가면 고래는 잡을 수 없지만 고래가 남긴 삶과 그리움을 만날 수 있다. 고래는 인간 다음의 지능, 1년간의 임신, 60~100년 가까운 수명, 폐호흡 등 여러모로 인간을 닮은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도 중요한 생명체다. "고래도 칭찬하면 춤을 춘다."라는 말처럼 울산 바다 위에서 춤을 추는 귀신고래 모습을 보고 싶다.

 지금은 장생포 앞 바다를 오고 가는 유조선과 화물선, 어선들이 고래를 싣고 와서 풀어놓던 옛날을 대신하고 있다. 산업화로 인해 모든 게 바뀌어도 장생포는 해양 생물 고래와 지표 식물 수국을 바탕으로 경제와 산업,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고래문화마을에는 향수를 느끼는 그 시절의 낭만이 서려 있고 주민들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녹아 있다.

   다시 만나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꿈꾸는 고래 문화마을이다. 수국 축제는 끝났지만 멸종위기의 동물, 고래를 지키고 보호하듯 수국도 잘 가꾸어 해마다 꽃길을 만들고 아름다운 수국 정원을 이어갔으면 한다. 조각공원의 고래가 오색수국 사이에서 손뼉을 치며 청명한 장생포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