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 동구 상권 활성화, ‘시내버스 개선’만으로 부족
최근 울산 동구는 '조선업 호황'이라는 거대한 훈풍 속에서도 정작 골목상권은 고사 직전에 몰리는 심각한 역설을 마주하고 있다. 소상공인 매출은 울산 최하위로 떨어졌고, 전하동 등 중심가의 상가 공실률은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김상욱 시장은 당선인 시절 동구 경기 침체의 해법으로 '시내버스 체계 개편을 통한 이동권 복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버스 노선 복구와 교통 인프라 개선으로 동구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상권 회복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데는 공감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단순히 버스 노선을 늘리고 길을 뚫어주는 것만으로는 동구 상권의 붕괴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상권 활성화의 핵심은 주민들이 지역 내에서 지갑을 열 수 있는 '집객 시설'과 '유통 인프라'의 존재다. 하지만 지금 동구의 유통 생태계는 그야말로 삼중고의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50년 가까이 동구 상권의 앵커 역할을 해온 현대백화점 동구점은 폐점 위기에 몰려 있고, 유일한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마저 '폐업' 수순으로 정상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방어동 지역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준대형 유통시설(SSM) '탑마트 울산 방어점'마저 개점이 당초 계획보다 9개월가량 연기돼 올해 8월 이후로 미뤄졌다는 소식이다.
탑마트 방어점은 지역 농·수산물 우선 구매와 지역 주민 우선 채용 등을 통해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진 방어동 일대 골목상권에 연쇄적인 선순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투명해지면서 주민들은 또다시 원정 소비를 감행해야 하는 처지다. 소비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사라지는데 시내버스 노선만 확충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시내버스가 오히려 동구 주민들을 남구의 대형 상권으로 빠르게 실어 나르는 '빨대 효과'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동구 상권의 위기는 교통 개선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를 지켜내고, 준대형 유통시설이 안착해 지역 농·수산물 소비와 고용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동구 전체 인구의 8.6%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의 소비 패턴을 감안한 맞춤형 상권 전환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울산시 차원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중재 노력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