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풀이부터 장구 가락까지…울산시립무용단, 전통의 ‘본’을 되짚다

[공연리뷰] 제50회 정기공연 ‘리:본’ 8년 만의 순수 전통춤 중심 정체성 회복 공연 호평 속 예술감독 공석 해결 과제로

2026-07-05     고은정 기자
지역 무용계의 관심이 컸던 ‘매향무’는 기존 최정윤 감독의 독무가 아닌 울산시립무용단 단원들의 군무로 새롭게 구성됐다. 유연함과 절제가 어우러진 움직임은 매화가 지닌 생명력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울산문화예술회관 제공
울산시립무용단이 전통춤의 근본을 되짚고 오늘의 감각으로 확장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3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50회 정기공연 ‘리:본(Re:本)’은 전통춤의 원형과 전통 기반 창작 작품을 한 흐름 안에 엮은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은 예술감독 공석 이후 약 1년 만에 마련된 정기공연이자, 울산시립무용단이 약 8년 만에 선보인 순수 전통춤 중심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객원 예술감독과 안무를 맡은 최정윤 감독이 말한 “본(本)에서 시작된 작(作)으로의 여정”처럼, 무대는 전통춤에서 출발해 창작춤으로 나아갔다.

공연은 한국춤 특유의 맑고 단정한 아름다움을 품은 살풀이춤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태평무는 두 무용수의 호흡이 균형과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전통춤의 정수를 보여줬다.

지역 무용계의 관심이 컸던 ‘매향무’는 기존 최정윤 감독의 독무가 아닌 울산시립무용단 단원들의 군무로 새롭게 구성됐다. 유연함과 절제가 어우러진 움직임은 매화가 지닌 생명력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궁중정재 무산향을 재해석한 ‘의풍경무’는 화려한 색채의 의상과 무대, 절제된 선과 군무의 구성이 돋보였다. 울산문화예술회관 제공
‘휘율’부터는 창작적 색채가 두드러졌다. 철가야금산조를 바탕으로 음악과 몸짓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고, 궁중정재 무산향을 재해석한 ‘의풍경무’는 화려한 색채의 의상과 무대, 절제된 선과 군무의 구성이 돋보였다. 마지막 ‘향고지무’는 반고와 설장구 가락을 바탕으로 전통타악의 생동감과 역동적인 군무를 펼쳐내며 무대를 힘 있게 마무리했다.

샌드아트도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했다. 막과 막 사이 무용 명인의 모습, 매화 그림, 무용가의 춤사위 등이 모래 그림으로 펼쳐지며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마지막 ‘향고지무’는 반고와 설장구 가락을 바탕으로 전통타악의 생동감과 역동적인 군무를 펼쳐내며 무대를 힘 있게 마무리했다.울산문화예술회관 제공
관객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김나경 씨(42·울산 남구 봉월로)는 “현대적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전통춤에 매료됐다”며 “아이와 함께 왔는데 샌드아트와 함께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많아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관람객은 전체 구성이 다소 평면적이고, 일부 작품에서는 의상이 춤보다 강하게 부각돼 춤을 가렸다는 아쉬움도 표했다.

최정윤 예술감독은 공연 후 “작품 수가 많고 연습 기간이 짧았는데도 단원들이 성공적인 무대로 만들어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본’은 울산시립무용단이 전통춤을 다시 중심에 놓고 정체성을 돌아본 무대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특히 예술감독 공석 상황에서도 단원들의 저력과 무용단의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다만 울산시립무용단의 향후 방향성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 예술감독 선임이 시급하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신임 예술감독의 선임 방식과 시기를 검토 중이며, 기존처럼 후보군을 정해 릴레이 공연을 통해 평가하는 방식은 이번에는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