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검단리 유적 36년째 방치…국가사적인데 잡목만 무성

국내 최초 청동기시대 환호마을 ‘무늬만 사적’ 논란 종합정비계획 수립 후에도 예산 부족으로 답보 상태 반구천의 암각화 연계 선사문화벨트 조성 필요 제기

2026-07-06     신섬미 기자
국내 최초 청동기시대 환호마을로 평가받는 국가사적 ‘울주 검단리 유적’이 사적 지정 36년이 지나도록 실질적인 정비 없이 방치돼 보존과 활용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국가 유산 ‘울주 검단리 유적’이 제 모습을 찾지 못한 채 36년째 방치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조사된 청동기시대 환호마을이라는 고고학적인 중요한 가치를 지닌 국가 유산, ‘울주 검단리 유적’이 36년째 방치돼 있다. 제대로 된 정비조차 받지 못해 ‘무늬만 사적’이라는 지적이다.

취재진이 최근 찾은 ‘울주 검단리 유적’은 진입로부터 국가 유산의 품격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인근 공장에서 철판을 두드리는 거친 소음이 연신 울렸고, 녹슨 컨테이너와 방치된 고철들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다.

좁은 산길로 들어서자 유적의 존재를 알리는 조그마한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화살표를 따라 올라 가자 꺾인 나뭇가지들이 뒤엉켜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그렇게 150m가량 들어가 마주한 것은 덩그러니 서 있는 안내판과 평범한 잔디밭뿐이었다. 안내판을 읽기 전까지는 명성을 전혀 체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첫인상이었다.

현재 검단리 유적 내 국유지는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흙을 덮은 복토 상태다.

지자체에서 주기적으로 제초 작업을 진행해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인접한 사유지는 무성하게 자라난 잡목과 나무들로 뒤덮여 국가 사적인지, 방치된 야산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역 고고학계 관계자는 6일 “울주 웅촌 검단리는 국내에서 드물게 오랜 세월의 축적된 청동기 문화를 품고 있는 지역으로, 한반도 선사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곳”이라며 “국가유산청과 울산시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종합적인 발굴과 보존처리, 그리고 선사테마 공원화로 반구천의 암각화와 함께 선사문화벨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주군 홈페이지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에서는 한 민원인이 “현재 넓지 막한 초지에 불과해 어디를 둘러봐도 청동기시대의 유적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보존을 위해 복토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복토의 수준이 아닌 듯 하다. 풀이 많이 자라지 못하도록 관리를 하거나 여기가 집 자리였다는 표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토록 홀대받고 있는 검단리 유적은 학계에서 ‘청동기 연구의 이정표’로 꼽히는 상징적인 곳이다.

총 면적 6,338㎡에 청동기 시대 대규모 집단 마을터와 마을 둘레에 파놓은 환호(못)가 발견됐는데, 이는 인류가 ‘우리 마을’이라는 방위 개념을 정립하고 본격적인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한반도 최초의 사례다.

거대한 도랑 안쪽에서는 집자리와 움집터는 물론 당시 주민들이 사용하던 토기류와 석기류, 실을 뽑던 가락바퀴(방추차), 물고기를 잡던 그물추 등 무려 400여점의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그 가치를 인정 받아 1990년 8월 21일 국가 유산 사적으로 지정됐지만, 제대로 된 후속 조치 없이 30년 간 방치됐다.

이에 울주군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1억 4,000만원을 들여 유적 일원에 대한 장기적인 보존·정비·활용을 위해 ‘울주 검단리 유적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수립했다.

하지만 울산 내 다른 주요 유적지들에 밀려 번번이 후순위로 방치됐고, 결국 실질적인 정비나 보존 조치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채 또다시 5년이라는 세월만 흘려보냈다.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 확보가 타 유적지에 밀리면서 사업이 답보 상태”며 “정비 계획이 추진돼야 주변 사유지를 매입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텐데, 지금은 사유지 내 나무 한 그루도 손댈 수 없는 법적 한계가 있어 잔디밭 제초 등 최소한의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