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핵심광물, 공급망 위기에 미리 대비해야
중동 전쟁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었는지 그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명확하게 입증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와 2021년 중국발 요소수 대란(大亂)은 특정 국가 의존도가 얼마나 큰 위험이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 중국의 희토류와 전략광물 수출 통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특정 자원의 공급이 제한될 경우,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필자는 ‘다음 공급망 위기는 희토류와 같은 핵심광물에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AI 및 전기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전력의 저장과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가 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핵심광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이 전체 흑연 수입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했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고양이 앞에 쥐’ 형국이다.
흑연은 이차전지 음극재의 핵심소재로 최근 중요성이 커진 핵심광물로 통한다. 그럼에도 음극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순도 높은 흑연은 중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중국이 흑연 수출을 틀어막으면 이차전지 생산라인 전체가 멈출 수밖에 없다. 흑연 말고도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에 두루 쓰이는 주요 광물들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니켈은 올해 수입량의 80% 이상을 뉴칼레도니아에서 들여왔다. 이외에도 마그네슘, 인듐, 비스무트 등도 특정 국가에 수입량의 8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중동 전쟁을 계기로 핵심광물 공급망도 불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채굴 과정에서 함께 생산되는 황, 요소, 메탄올, 헬륨, 알루미늄 등도 공급 부족에 시달렸다. 특히 황산은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제련하는 데 필요해 핵심광물 시장 불안을 가중했다. 핵심광물의 무기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도 심히 우려된다. 희토류 채굴, 정제, 정련의 전 과정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중일 관계가 악화되자, 대일 희토류 수출을 규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중국이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도 결국 희토류 공급망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아연으로 대표되는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테네시 통합제련소 프로젝트는 한국의 국가기간산업이 북미 시장에 진출함과 동시에,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의 주도적인 역할을 선점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은 중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장악을 한국의 기술력으로 해소하는 국가안보의 강화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식·습식 융합 제련 기술을 보유하여 광석에 소량 함유된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과 같은 희소금속을 제련하고 생산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초격차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는 해외 자원을 활용하면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
핵심광물을 보유한 국가들은 자원을 정치・외교・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급망 위험도가 높은 광물부터 선별해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비축을 확대하고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공공(公共)이 직접 나서 공급망 안보에 핵심적인 자원개발에 다시 나서야 한다. 초기 탐사 단계에서는 정부나 공기업이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개발 단계에서는 반드시 민간과 함께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런저런 정치적 논리로 사업이 정체된 동해 가스전 개발 사업도 다시 속도를 내야 한다.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글로벌 석유 메이저 BP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한동안 표류(漂流) 중이던 동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추진 동력을 되살린 바 있지 않은가. 전기차 배터리,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 방위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핵심광물의 공급망 단절(斷切)은 곧 안보 위기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