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자원봉사 도시 울산, ‘양적 성장’ 넘어 ‘질적 패러다임’으로

수동적 참여 넘어 자기주도형 세대별 맞춤 봉사·의제 다변화 안전·인권 보장 제도적 뒷받침 실질적 예우 조례로 보장돼야 지속가능성 확보·질적 혁신 가능

2026-07-07     김종길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울산제일병원 이사장·본지 독자권익위원장
김종길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울산제일병원 이사장·본지 독자권익위원장

 울산은 명실상부한 '자원봉사 선진 도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울산의 등록 자원봉사자는 약 40만명으로, 전체 시민 3명 중 1명 이상이 봉사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활동률 또한 전국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따뜻한 공동체의 본보기가 돼왔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만큼이나 내실을 기해야 하는 전환점에 선 지금, 우리는 울산 자원봉사의 미래를 위한 세 가지 핵심 방향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첫째, 기존의 '동원형' 구조에서 탈피하여 시민이 주도하는 '자기주도형 자원봉사'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봉사가 지정된 기관에 가서 정해진 일감을 수행하는 수동적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시민 스스로가 지역사회의 숨은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능동적인 참여자가 돼야 한다. 일상 속 플로깅이나 마을 안전 점검처럼 생활 밀착형 공익 프로젝트가 활성화될 때, 자원봉사는 비로소 시민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다.

 둘째, 퇴직 전문 인력의 풍부한 경험과 미래 세대의 역량을 결합하는 '세대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교직, 공직, 산업 현장 등에서 평생을 헌신하고 은퇴한 신중년 세대의 전문성을 교육 멘토링이나 지역 사회적경제 기업 지원 등 '재능기부'로 적극 연결해야 한다. 이는 은퇴자에게는 제2의 자아실현을, 지역사회에는 고품격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생의 길이다. 동시에 짧고 강렬한 가치 중심의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MZ세대를 위해 팝업(Pop-up) 형태의 단기 봉사와 온라인·디지털 봉사의 문턱을 낮춰 새로운 젊은 피를 끊임없이 수혈해야 한다.

 셋째, 기후위기 대응과 더불어 다문화가정 지원 등 시대 변화에 맞춘 '자원봉사 의제의 다변화'가 시급하다.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인 태화강을 품은 울산인 만큼 탄소중립과 환경 보존을 축으로 삼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 잡은 다문화가정과 이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문화적·정서적 멘토링 봉사를 확대해야 한다. 인구 감소로 시름하는 농어촌 지역의 마을 공동체를 살리는 일은 물론, 소외계층을 보듬는 복지·환경·다문화가 융합된 다양화된 봉사 모델로 영역을 넓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자원봉사의 패러다임 전환이 현장에 안전하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자원봉사자의 안전과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제도적 울타리가 선행될 때 시민들은 안심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더불어 울산 자원봉사자의 위상에 걸맞은 '실질적 예우'가 조례로 보장돼야 한다. 현재 자원봉사자증 소지자에게 제공되는 공공시설 및 주차요금 감면(20%) 혜택을 타 시·도 수준인 50%까지 확대하는 등, 과감한 조례 개정을 통한 실효성 있는 인정 체계가 구축될 때 자원봉사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

   자원봉사는 단순히 남을 돕는 시혜적 행위가 아니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시민들이 스스로 성찰하고 연대하며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능동적인 시민 참여의 장'이다. 이제 울산이 튼튼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양적 풍요를 넘어 실질적인 삶의 질을 바꾸는 자원봉사의 질적 혁신을 선도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