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미술관으로 간 트로트…산업도시 울산, 미디어아트로 피어나다

[울산시립미술관 9월27일까지 ‘팬레터’전] 보고 듣고 직접 만드는 ‘참여형 이색 전시’ 노래방·공단·사택 등 기억, 예술로 재해석 산업도시 정서 담은 트로트 아카이브 공개

2026-07-08     고은정 기자
울산시립미술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과 협력해 오는 9월 27일까지 대중음악 트로트를 현대 미술로 풀어낸 전시 ‘팬레터’를 연다. 전시장 전경.
울산시립미술관 2전시실에 들어서면 트로트는 더 이상 무대 위 노래만이 아니다. 반짝이는 노래방 간판과 휘황찬란하게 돌아가는 사인볼, 공단과 사택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 낯선 기계음과 익숙한 리듬이 뒤섞이며 산업도시 울산의 기억을 불러낸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과 협력해 오는 9월 27일까지 대중음악 트로트를 현대 미술로 풀어낸 전시 ‘팬레터’를 연다. 이번 전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창제작 전시 ‘애호가 편지’를 바탕으로, 울산의 산업도시적 맥락을 더해 새롭게 구성됐다.

전시는 트로트를 흘러간 유행가나 중장년층의 음악으로만 보지 않는다. 사랑과 이별, 고향에 대한 그리움, 노동 뒤의 위로처럼 트로트에 담긴 감정을 영상과 설치, 사운드, 참여형 작품으로 풀어낸다. 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의 핵심을 ‘참여’라고 설명했다. 또 젊은 세대에게는 트로트를 가깝게 느끼게 하고, 중장년층에게는 낯선 미디어아트를 익숙한 음악으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구지은 작가의 신작 ‘공단 사우나_환상의 섬’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노동자들이 하루 일을 마친 뒤 노래방에서 피로를 풀고 마음을 나누던 회식문화가 작품의 중요한 바탕이 됐다.
울산 전시에서 가장 지역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은 구지은 작가의 신작 ‘공단 사우나_환상의 섬’이다. 제목의 ‘환상의 섬’은 울산 출신 가수 윤수일의 곡명과도 맞닿아 있다. 작품은 공장과 사택을 중심으로 성장한 울산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노동자들이 하루 일을 마친 뒤 노래방에서 피로를 풀고 마음을 나누던 회식문화가 작품의 중요한 바탕이 됐다.

작가는 옛 신문 기사 제목, 노래방 간판, 공업지구와 사택단지의 이미지를 재구성해 울산의 지난 시간과 사람들의 정서를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트로트가 산업도시의 정서와 왜 가까웠는지 설명보다 먼저 감각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빠키 작가는 “내 작품은 2157년이 배경이고, 인공지능이 옛 시장과 같은 장소의 흔적을 찾아 나서면서 오래전 사라진 문화와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현장에서 만난 빠키 작가의 ‘딴따라 딴따’도 눈길을 끈다. ‘딴따라’라는 말이 지닌 오래된 편견을 밝고 강렬한 색과 빛, 반복되는 무늬로 뒤집어낸 작품이다. 빠키 작가는 “내 작품은 2157년이 배경이고, 인공지능이 옛 시장과 축제, 노래방, 포장마차 같은 장소의 흔적을 찾아 나서면서 오래전 사라진 문화와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작가 테크노 각설이의 작품 ‘트랜스 로컬 댄스 마차’는 관람객이 직접 음악을 만드는 참여형 작품이다. 다양한 음원을 조합해 자신만의 곡을 만들 수 있다. 완성된 곡은 이메일로 받아 활용할 수도 있어 관람객이 잠시 음악 창작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연계 전시도 함께 볼 만하다. ‘ACC 아카이브: 아시아의 대중음악 컬렉션’과 ‘오아시스레코드로 보는 트로트의 역사와 변천’에서는 아시아 대중음악의 흐름과 트로트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울산 출신 가수 고복수와 윤수일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지역 관람객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각 작품을 천천히 체험하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