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스데이] “울산을 개그 공연 명소로”…‘울산 사위’ 심현섭의 인생 2막

[울산매일UTV 팟캐스트 썰-스데이] ep11. 개그맨 심현섭

2026-07-08     김지은 기자
게스트로 출연한 개그맨 심현섭 씨와 호스트 이동엽 본지 총괄이사가 ‘개그맨’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매주 목요일 독자들을 찾아가는 UTV 지식 팟캐스트 ‘썰-스데이’가 이번에는 ‘울산 사위’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개그맨 심현섭을 만났다.

과거 코너 ‘사바나의 아침’ 추장 캐릭터로 대한민국 개그계의 정점을 찍었던 그는 30대 왕성했던 활동을 하다가 40대에 돌연 대중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오랜 시간 병상에 계셨던 어머니를 간호하며 고군분투의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

긴 공백기를 지나 다시 대중 앞에 선 그는 100번이 넘는 소개팅을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표적인 ‘연못남’(연애 못하는 남자)으로 화제를 모았고, 최근 예능 ‘조선의 사랑꾼’에서 울산 출신의 연인이자 아내 정영림 씨를 만나 울산에 정착, 50대에 인생 제2막을 열었다.

이번 ‘썰-스데이’에서는 울산 사위가 된 그의 신혼 생활 근황뿐만 아니라, 개그맨으로 살아온 30년 인생, 그리고 선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재 개그계의 빛과 그림자까지 깊이 있게 다룬다.

“사랑꾼과 개그맨, 두 삶 중 어느 쪽이 더 만족감이 높은가”라는 질문에 진솔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던 이번 팟캐스트 핵심 내용을 지면에 소개한다.

게스트로 출연한 개그맨 심현섭 씨
#아내와의 첫 만남부터 신혼생활까지

△ 그동안의 근황은?

• 심현섭 : 울산 처녀 정영림 씨와 결혼해 지난해 울산에 정착한 후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현재 KBS 울산 1TV ‘울산시대’의 타이틀 롤로 출연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으며,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을 통해서도 아내와의 만남부터 신혼생활 이야기를 시청자들께 전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원맨쇼 ‘심현섭 쇼’를 지난 6월 한 달간 울산에서 진행했는데요. 걱정과 달리 관객분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놀랐습니다.

△아내 분이 평소 생각하던 이상형에 가까운지?

• 심현섭 : 흔히 이상형과 결혼하기는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제 아내는 이상형과 80% 정도 일치하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건, 나머지 20%는 저희 어머니와 너무 닮아서 문득문득 놀라곤 한다는 점입니다. 어머니는 생전에 늘 상추를 반찬으로 내놓으셨는데, 아내도 매끼 모든 음식을 상추에 싸 먹더라고요. 또 어머니는 제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잘 잤냐며 따뜻하게 안아주셨는데, 아내 역시 똑같이 행동합니다. 가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닮아서, 방에 걸린 어머니 사진을 보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하고 묻기도 했습니다. 울컥해서 눈물이 좀 나더라고요.

△아내 분과의 결혼을 직감한 계기가 있다면?

• 심현섭 : 아내를 처음 만나러 가던 기차 안에서부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참 좋았는데, 그 예감이 정확히 적중했습니다. 제가 약속 시간보다 항상 10분 정도 먼저 도착하는 편인데, 아내가 “멀리서 오시는데 제가 먼저 와서 기다려야죠”라며 이미 와 있더라고요.

결정적인 계기는 아내를 만나기 일주일 전에 꾼 엄청난 꿈이었습니다. 꿈에 종종 어머니가 나타나시는데, 그날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니 제 차가 사라진 꿈이었습니다. 동네를 열 바퀴나 돌며 차를 찾고 있는데, 어머니가 나타나 제 손에 차 키를 쥐어주셨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차 키가 바로 아내였던 것 같아요. 이 꿈 덕분에 소개팅에 나가면서도 무조건 잘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실제로 첫 만남에서 화장실도 한 번 안 가고 3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사위로서 처가댁과의 관계에 어려움은 없나?

• 심현섭 : 장모님께서는 제가 웃겨드리면 정말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밥을 먹다가도 개인기를 선보이곤 하죠. 조용하던 처가댁에 갑자기 개구리 한 마리, 그것도 ‘늙은 두꺼비’가 들어온 격이잖아요. 눈치가 보이니 폴짝폴짝 열심히 뛰며 재롱을 피워야죠. 제가 막내사위인데 나이는 가장 많다 보니 아무래도 행동이 조심스럽긴 합니다. 사실 연애 중에 한 번 헤어질 뻔한 위기가 있었는데, 그때 장모님께서 제 입장을 많이 대변해 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극적으로 화해할 수 있었습니다.

호스트 이동엽 본지 총괄이사
#자칭 ‘울산 홍보대사’로 사는 중

△울산에 정착해 살아보니 어떤가?

• 심현섭 : 지금도 촬영이 있으면 서울을 오고 가지만, 언제부턴가 서울에 일정이 끝나면 곧바로 울산으로 내려오고 싶어집니다. 50년 가까이 서울에서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예요. 우선 울산은 공기부터 다르고 교통체증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산과 강, 바다가 모두 가까이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서울 한강에서는 늘 사람들에게 부대끼는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고즈넉해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가끔 영화관에 가면 극장을 통째로 전세 낸 것처럼 여유롭게 관람할 수도 있고요.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 심현섭 : 연예인 중에서 가장 신비감이 없는 직업이 개그맨이잖아요. 30대 때 처음 인기를 얻었을 때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신나서 일부러 명동 거리를 쏘다니기도 했습니다. 울산에서도 어머님들이 많이 알아봐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만 최근 ‘사랑꾼’ 이미지가 강해지다 보니 조금 부담스러운 순간도 있습니다. 한번은 아내와 산책하며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한 어머님이 “저 봐라, 저 봐라,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아내한테 잘해라!” 하시며 제 등을 찰지게 때리고 가시더라고요.

△울산에 와서 처음 먹어보고 충격받은 음식은?

• 심현섭 : 서울 사람들은 경상도 음식에 대해 ‘맛이 없다’는 편견이 좀 있는 편입니다. 주변에서 제게 물어볼 때마다 저는 단호하게 “다 맛있다”고 답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호남 분이시라 제가 입맛이 꽤 까다로운 편인데도 울산 음식은 정말 맛있어요.

특히 저를 장가보내기 위해 애써주신 고모(배우 심혜진)가 울산에 오셨을 때, ‘가자미 미역국’을 드시고는 너무 맛있어서 기절할 뻔하셨습니다. 서울로 올라가실 때 버스로 4~5시간이 걸리는데도 미역국을 싸가겠다고 하실 정도였죠. 상할까 봐 말리고 나중에 제가 택배로 따로 보내드렸는데, 지금도 통화할 때마다 “가자미 미역국 언제 먹었냐?”고 물으세요.

△자칭 ‘울산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이유는?

• 심현섭 : 저는 굳이 제주도나 괌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울산에 좋은 곳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을 통해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다녔던 대왕암, 몽돌해변, 태화강 국가정원 같은 관광지들을 노출했더니, 지난해 서울 지인들이 대거 울산으로 여름 휴가를 왔습니다. 20명 가까운 인원이 내려왔는데, 매일 다섯끼씩 먹어가며 울산 곳곳을 구경시켜 줬죠. 대단한 규모는 아니더라도 이정도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 아닐까요. 울산을 알리려고 개인 유튜브 채널에도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경기도 사람인데 울주군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라는 댓글을 보고 보람을 느꼈어요.

△앞으로도 울산에서 계속 정착해 살 계획인가?

• 심현섭 : 얼마 전 한 어르신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보고 울산 출신 연예인들을 아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김태희, 테이, 한소희, 김영철 같은 스타들은 다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사는데, 너만 거꾸로 내려왔다. 너도 나중에 아내 데리고 결국 서울로 다시 갈 거지?”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요. 저는 계속 여기서 살 겁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한번 두고 보겠다”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어르신과의 약속을 지킬 생각입니다. 울산에 산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 되었지만, 이곳이 너무 편해졌어요.

지식팟캐스트 ‘썰-스데이’ 로고
#대선배로서 바라보는 요즘 개그계 상황

△울산에서 ‘심현섭 쇼’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 심현섭 : 제 처가 식구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울산 시민 모두가 저에게는 처갓집 같거든요. 연애 시절부터 결혼까지 너무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울산 시민분들께 제가 가진 유일한 재능인 ‘유머’로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현지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울산은 즐길 만한 문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공연계 관계자들은 ‘울산 관객들은 소극적이고 무뚝뚝하다’고 걱정했지만, 제가 직접 무대에서 겪어본 울산 시민들은 그 어느 지역보다 웃음이 많고 따뜻하셨습니다. 그동안 문화예술 공연에 대한 갈증이 크셨던 거죠. 앞으로 ‘심현섭 쇼 시즌2’는 물론, 웃음으로 마음을 보듬어주는 ‘유머치유센터’를 울산에 설립하는 것이 제 새로운 꿈입니다.

△최근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들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 심현섭 :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이 바로 ‘웃음’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의 공개 코미디는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본이나 미국처럼 제재 없이 자유롭게 무대를 펼치는 환경을 부러워하는 동료들이 많았죠. 학교 교실에 비유하자면, 개그맨들은 뒤에서 까불고 시끄럽게 구는 아이들이고 방송국 PD들은 그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반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반장들이 PD가 되어서 개그맨들의 코너를 평가하니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죠. 반면 지금의 후배들은 검사도 받지 않고 유튜브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행복해 보이기도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일반인들의 영상이나 동물들의 짧은 숏폼 영상들까지 경쟁자가 되었으니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 TV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개그맨의 치열한 노고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손가락 하나로 웃긴 영상을 볼 수 있다 보니 준비과정의 노력을 체감하기 어려워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앞으로는 현장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진짜 무대’가 더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심현섭 씨는 “앞으로도 울산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후배 개그맨들을 하나둘 이곳 무대로 불러 모을 생각”이라며 “‘개그 공연’을 울산의 대표 명물로 만들고 싶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퇴근길과 저녁 식사 시간을 지적 대화로 채워줄 든든한 친구 ‘썰-스데이’는 지면 QR코드 또는 울산매일UTV 유튜브(@ulsanmaeil), 공식 홈페이지(www.iusm.co.kr), 인스타그램(@ulsan_maeil)에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