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경의 21세기 미술관](150)레픽 아나돌, ‘기계 환각-풍경’

2026-07-14     고은정 기자
데이터는 마르지 않는 물감


레픽 아나돌, ‘기계 환각—풍경’, 2024, LNM(거대자연모델)의 미디어아트, 가변 크기
동시대 AI예술의 젊은 기수 ‘레픽 아나돌(Refik Anadol, 1985~ , 튀르키에)’은 데이터를 다양한 물성을 가진 덩어리처럼 다루며 공간을 시각적 판타지로 바꾸는 ‘데이터 조각가(Data Sculptor)’이자 인공지능(AI) 미디어 회화의 독보적인 선구자로 불린다. 대다수의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컴퓨터로 그래픽을 구현한다면, 그의 표현 방식은, 무수한 채널의 전 세계 수억 개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킨 후 그 결과물을 거대한 미디어 예술로 분출해 내는 것이다.

소개하는 작품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생태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개된 ‘레픽 아나돌’의 2024년 미디어아트 전시, ‘푸투라(미래) 서울’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아카이브》에서 선보였던 것이다. 인공지능이 자연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방식을 탐구한 ‘기계 환각—LNM’ 연작 중 하나로 제목은 ‘풍경’이다. 작품 재료는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가 직접 수집하고 큐레이션한 약 1억 5,500만 개의 방대한 자연경관 이미지이며, AI학습 도구로는 자체 개발한 오픈소스 생성형 AI모델인 LNM(Large Nature Model, 거대자연모델)‘과 자연의 소리 데이터가 사용되었다. 컴퓨터 알고리즘이 붓의 역할을 하는 동시대의 미술 장르에서 데이터는 더 이상 딱딱한 수치가 아니라, 시대가 만든 마르지 않는 물감임을 증명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