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 울산 시조창 전승 거점,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

‘울산시우회’, 중구 B-04구역 포함 철거 예정 회관, 회원 직접 지어 기부채납 역사·상징성 시우회, 중구에 전통문화 계승 대체 공간 요구 행정, 특정 단체 지원 형평성 논란 우려 고심

2026-07-15     윤병집 기자
60년 역사의 울산시우회가 재개발로 회관을 잃을 위기에 놓이면서 전통문화 계승과 행정의 형평성 사이에서 해법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울산시우회 시우회관 입구.
1960년대 울산지역 유지들이 중심이 돼 창립한 60년 전통의 시조창 단체 ‘울산시우회’가 재개발로 활동공간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단체 측은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대체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관할 구청은 특정 문화예술단체에 공공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오전 찾은 울산 중구 교동의 성남경로당. 최근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텅 비어버린 경로당 건물과 달리 앞마당의 작은 별동에서는 묵직한 대금과 당찬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입구에는 蔚山時友會(울산시우회)라 새겨진 오래된 나무 현판 걸려 있었다.

방 안 책장에는 손때 묻은 시조집이 빽빽이 꽂혀 있었고, 천장에는 누렇게 바랜 각종 상장들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오래된 것 중에는 무려 58년 전인 1968년에 탄 상장도 있었다.

울산시우회 소속 시조창 13년 경력의 송명희(장구)씨, 30년 경력의 노재전(대금, 창), 노상원 회장이 지름시조 ‘푸른 산중 백발옹이’의 한 구절을 즉석해서 시연하고 있다.
울산시우회는 지난 1965년 시조시를 가사로 부르는 우리나라 전통 성악인 ‘시조창’을 보급·전승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로, 현재까지 60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시조창은 조선 말부터 사대부 사이에서 유행한 교양 활동으로 1960년대에도 지역 명사와 유지 등이 즐겨왔다. 실제로 울산시우회 창립위원장과 초대 회장을 맡았던 고기업(1901~1972)씨는 경상남도 울산읍 시절 울산읍의회 초대 의장과 제5대 울산읍장, 울산상공회의소 초대 회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지역 명사였다.

울산시우회는 창립 3년 만인 1968년 회원들과 지역 유지들이 모은 기금으로 당시 성남동 경로당 부지에 시우회관을 건립했다. 회관 부지는 당시 울산시 소유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관을 건립한 뒤 울산시에 기부채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1985년 새 행정구역으로 중구가 설치되면서 해당 재산은 중구청으로 귀속됐다. 재산은 구청 소유로 잡혔지만, 과거 기부채납을 이유로 별도의 임대료 없이 전기·수도세 정도만 납부하고 60년 가까이 시우회 회원들의 보금자리로 활용돼 왔다.

1969년 열린 울산공업축제 전국시조경창대회에서 받은 상장. 울산시우회 초대회장인 고기업씨가 대회장을 겸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근 중구 B-04구역 재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시우회관이 있는 성남경로당 전체가 재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되면서 곧 철거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우회는 최근 울산시와 중구, 중구의회 등에 건의문을 보내 “60년 동안 이어온 시조 활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며 대체 문화활동 공간 마련을 요청했다.

노상원 울산시우회장은 “시우회관은 옛 양사초등학교 앞 권번 터 인근에 자리해 전통 시조 교육을 이어온 유서 깊은 공간으로, 회원들이 건립비를 모아 회관을 건립했고 울산시로부터 사용권을 인정받아 운영해 왔다”며 “지금도 시조창 발표회, 경창대회, 찾아가는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울산의 무형문화와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활동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시우회관에 전달된 법원의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고시문.
행정의 고민도 깊다. 시우회의 역사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특정 민간단체에 별도 활동공간을 계속 제공할 경우 다른 문화·예술단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구 관계자는 “현재 시우회 측 요청 사항에 대해 특례법 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나, 당장 마땅한 방법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며 “좀 더 심도깊게 검토해 보고 이달 말까지는 결론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화예술계에서는 단순히 특정 단체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전통문화 계승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덕상 울산국악교육연구회장은 “시조창은 우리나라 전통 성악의 한 분야로 지역에서 이를 꾸준히 계승하는 단체는 많지 않다”며 “공간을 무상 제공할지 여부와는 별개로, 전통문화 전승을 위한 활동 지원 방안은 행정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