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참교육’이 ‘응징’이 된 시대…‘울산형 교권보호 시스템’ 구축 시급

[추락하는 교권, 민선 9기 울산교육 과제]

2026-07-19     정수진 기자
조용식 교육감이 지난 9일 오전 울산초 정문에서 등굣길 학생을 상대로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캠페인을 하고있다. 울산교육청 제공
‘참교육’이라는 말이 더 이상 교육철학이 아닌 ‘응징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서울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정부와 교육당국은 교권 보호 대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여전히 크지 않다.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반복되는 악성 민원이 교사들을 교단 밖으로 내몰고 있다. 새 교육감 체제를 맞은 울산교육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교권 보호’를 넘어 교육공동체의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다.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교권붕괴의 현장과 그 대책을 짚어본다.


#교육지도와 아동학대의 모호한 경계

학교육현장이 드라마로 재구성되는 현실이지만 지금 우리의 교실에서는 드라마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문제 행동을 보인 학생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가정환경을 물었다가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 또 다른 유치원에서는 교사가 아이가 입에 핀을 넣는 행동을 제지했다는 이유로 역시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결국 모두 무혐의 또는 불송치로 마무리됐지만,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경찰과 교육청 조사를 받고 몇 달간 심리적 부담을 감당해야 했다.

이 때문에 최근 웹툰과 드라마 ‘참교육’ 속 ‘교권보호국’이 현실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교육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드라마처럼 물리력을 행사하는 조직이 아니라, 악성 민원과 교육활동 침해에 즉각 대응하고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전문 전담기구를 의미한다.

실제 교육활동 침해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울산지역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2021년 89건에서 2022년 114건, 2023년 124건으로 급증했다. 2024년에는 115건, 2025년에도 99건이 개최됐으며, 심의 사례는 교육활동 방해와 모욕·명예훼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장의 위기감은 교사들이 새 교육감에게 가장 먼저 요구한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울산시교원단체총연합회(울산교총)가 최근 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 요구 조사 결과 교권 보호 강화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교권보호 전담기구 공감대

교사들은 교육활동 침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교권보호 전담기구 설치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학생 지도와 학부모 민원, 고소·고발 등에 대해 학교가 아닌 교육청과 정부 차원의 전문 조직이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현장에서 커지고 있다.

이어 △악성 학부모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대응할 수 있는 법률 지원 체계 확대,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오인되지 않도록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을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 △문제 행동 학생에 대한 실효성 있는 생활지도 권한 회복과 분리조치 강화,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진철 울산교총 회장은 “이제는 문제 행동 학생에게 ‘자리에 앉으라’는 말조차 쉽게 하지 못할 정도로 학교 현장이 위축돼 있다”라며 “분리 지도를 하려 해도 학생을 맡길 공간과 인력이 부족하고, 교장·교감실에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현실 때문에 교육활동 침해와 악성 민원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교권보호국’과 같은 전담기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며 “퇴직 경찰 등 전문 인력이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체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교사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부담은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 위험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전국 유·초·중·특수학교 교사 7,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초등교사의 80% 이상이 “아동학대 신고나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정서적 학대에 대한 기준 필요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는 ‘정서적 학대의 모호한 기준으로 인한 정당한 교육활동 위축’(82.0%)과 ‘악성 민원 및 무분별한 고소·고발’(80.5%)이 꼽혔다.

교육계에서는 정서적 아동학대의 적용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각각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안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에서 제외하고 정서적 아동학대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았고, 백 의원안은 반복적·지속적 행위 또는 정도가 심한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규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현재까지 본격적인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정서적 학대를 아동학대 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적용 기준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정당한 생활지도까지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결국 무혐의로 종결되더라도 교사는 장기간 수사와 조사 과정을 거치며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광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은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의 취지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이 넓고 모호하게 적용되면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까지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며 “학생을 바로 세우기 위한 지도, 수업 질서를 위한 안내, 공동체 생활을 위한 훈육까지 신고 대상이 된다면 결국 교사는 침묵을 선택하게 되고,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 보호와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는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교사가 정당하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정서적 아동학대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무고성 신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교육공동체 신뢰회복 급선무

지금의 상황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부분은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이다. 조용식 울산시교육감은 취임 직후 ‘울산 교육공동체 신뢰회복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교육감 직속 ‘울산 교육공동체 신뢰회복 추진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추진단은 학생과 학부모, 교원, 시민사회, 갈등조정 전문가, 교권 법률 전문가 등 20명 안팎으로 구성되며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정책을 심의·자문하고 교육활동 침해 대응과 신뢰 회복 과제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육청은 취임 후 1년 안에 신뢰 회복 문화 정착을 목표로 범시민 캠페인과 교육 4주체 공론의 장 운영, 기관별 신뢰 회복 특강 등을 추진하고 교육공동체 의견을 반영해 추가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취임식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참교육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지금은 ‘참교육’이라는 말이 본래 의미와 다르게 사용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교사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도 교육활동보호센터와 법률 지원, 민원 대응 체계가 운영되고 있지만 교사들이 느끼는 현장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새 교육감 체제의 과제는 단순히 교권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교육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울산형 교권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교사가 안심하고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 때 학생의 학습권도 온전히 보장된다.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이 선언을 넘어 학교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