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정원박람회는 ‘축제’가 아니라 ‘인프라’다
[전국 순회형 K-BUGA, 정원도시 울산 미래 열다_프롤로그]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진짜 성패는 폐막 이후 국내 박람회 명암과 독일·영국 등 해외 모델 추적 전국 순회형 K-BUGA 상설 운영체계 가능성 검증
2026-07-19 강태아 기자
박람회 기간의 관람객 수와 경제적 파급효과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성공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원은 조성한 순간 완성되는 시설이 아니다. 계절과 기후에 적응하고, 관리 경험이 쌓이며, 시민의 일상과 연결될 때 비로소 도시의 자산이 된다.
본지는 국내외 정원박람회와 상설 정원 운영 현장을 통해 축제가 끝난 뒤 무엇이 남고, 누가 어떤 재원으로 운영하는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울산국제정원박람회의 진정한 성패는 개막 기간의 관람객 수만이 아니라, 폐막 이후 10년 동안 무엇이 남고 누가 어떤 재원으로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국에서 열리는 정원박람회의 공식 행사 기간은 대체로 수개월에 불과하다. 문제는 박람회가 끝난 뒤다. 단기간에 심은 식물이 지역 기후와 토양에 적응하지 못하면 보식과 교체 비용이 발생한다. 행사에 맞춰 설치한 구조물과 조형물도 사후 활용계획이 없으면 관리 대상만 늘어난다.
박람회 기간에는 조성비와 행사 운영비가 주목받지만, 폐막 후에는 식재 관리와 시설 보수, 안전관리, 프로그램 운영비가 매년 반복된다. 레거시는 도시의 유산이 될 수도 있지만, 운영모델이 준비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재정부담이 된다.
2027년 7월 시범운영을 목표로 하는 울산도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개막에 맞춘 공사 진척률보다 중요한 것은 박람회 이후 태화강 국가정원과 삼산·여천 매립지 일대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다. 운영주체와 관리예산, 유료·무료 공간, 프로그램 수입과 민간 참여 방식이 미리 결정되지 않으면 성과는 방문객 수에 머물 수밖에 없다.
#1호 국가정원 순천과 서울의 ‘명과 암’
국내 정원박람회의 대표 사례인 전남 순천과 서울은 서로 다른 운영 경험을 축적했다.
순천은 두 차례 국제정원박람회를 거치며 ‘정원도시’라는 도시 브랜드를 만들었다. 2023년에는 조직위원회 발표 기준 약 98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관광과 지역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상설 정원 운영에는 매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유료 입장과 체험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규모 정원과 시설을 장기간 관리하려면 지방재정 투입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은 개최지를 바꿔가며 작가정원과 기업정원, 시민정원을 생활권으로 확산시켰다. 반면 기존 공원을 반복 활용할 경우 낙후 지역 재생보다는 이미 조성된 명소를 소비하는 데 그칠 수 있다. 특히 한강 둔치처럼 침수 가능성이 있는 공간은 식재와 시설의 존치 방식을 처음부터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
순천에서는 상설 운영과 도시 브랜드의 경험을, 서울에서는 개최지 확산과 시민·기업 참여 방식을 배우는 동시에 운영비와 사후 존치, 개최지 선정 원칙이라는 한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
#담당자는 바뀌고 데이터는 사라진다
국내 정원 행정의 또 다른 취약점은 전문성과 데이터의 단절이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순환보직에 따라 부서를 옮긴다. 박람회를 준비하며 축적한 토양과 배수, 식재, 병해충, 관수, 방문객 동선 자료가 담당자의 경험에만 머물면 인사이동과 함께 사라질 수 있다.
정원은 장기간의 관찰과 수정이 필요한 분야다. 어떤 식물이 울산의 고온과 건조, 태풍과 침수를 견뎠는지 기록해야 한다. 토양 개량 방식과 관수량, 보식률, 유지관리비도 다음 사업의 기준이 돼야 한다.
그러나 박람회가 일회성 행사조직으로 운영되면 시행착오가 다음 사업으로 환류되지 않는다. 울산도 박람회가 끝난 뒤 조직위원회를 해산하는 구조만으로는 장기적인 정원도시 운영이 어렵다. 태화강 국가정원과 삼산·여천 박람회장, 울산대공원 등 주요 녹지의 운영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상설 조직과 전문 인력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정원 선진국은 운영체계를 남겼다
해외 사례가 국내와 다른 지점은 박람회의 규모나 정원의 화려함만이 아니다. 박람회를 도시가 이미 추진하던 장기 사업과 결합하고, 행사 이후 운영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독일 만하임은 2023년 연방정원박람회(BUGA)를 통해 과거 군사부지였던 스피넬리 일대를 공원과 도시 녹지축으로 전환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여러 차례 정원박람회를 활용해 단절된 공원을 ‘그린 U’라는 연속된 녹지망으로 연결했다.
영국 RHS 가든 위즐리는 여러 해에 걸친 식물 시험을 통해 생육 상태와 병해충 저항성, 관리 난이도를 검증한다. 회원제와 입장료, 교육, 전시, 소매, 기부 등 다양한 수입원을 결합해 장기 운영의 안정성을 높였다.
네덜란드 월드호티센터는 교육기관과 기업, 연구조직, 지방정부가 함께 원예기술과 인력을 개발하는 상설 산업 플랫폼이다. 박람회가 끝나면 사라지는 임시 조직이 아니라 기술과 데이터, 인력이 계속 축적되는 운영 허브에 가깝다.
울산이 이들 도시를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조업 도시가 보유한 품질관리와 공정관리, 데이터와 공급망 운영 역량을 정원산업의 표준화와 실증, 교육, 유지관리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에는 국비 483억 원이 반영됐지만 전체 재정 수요는 훨씬 큰 규모로 거론된다. 중요한 것은 총사업비만이 아니다. 얼마가 행사 기간을 위한 비용이고, 얼마가 폐막 이후 시민이 이용할 도시자산에 투입되는지 구분해야 한다.
삼산·여천 매립지와 여천유수지는 악취와 토양, 배수, 홍수 대응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정해진 공기에 맞춰 시설을 완성하는 것과 건강한 정원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속성으로 조성한 습지와 정원은 폐막 뒤 더 많은 관리비를 요구할 수 있다.
최근 열린 박람회 관련 시민대화에서도 조직위원회의 지휘체계 공백과 준비 일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정원박람회는 토목공사처럼 준공일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식물이 자리를 잡고 시민 이용이 안정되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 개막 일정과 별도로 5년·10년 단위의 운영계획과 비용 추계가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울산이 먼저 확정해야 할 것은 개막식의 모습이 아니다. 누가 박람회 이후 정원과 시설을 운영할 것인지, 유지관리비는 어떤 수입과 예산으로 충당할 것인지, 침수 가능 공간에 어떤 시설과 식물을 허용할 것인지,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누가 보관하고 다음 사업에 적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독일 DBG처럼 개최지 선정과 브랜드, 품질 기준, 경험의 환류를 맡는 상설 전담기구를 한국에도 만들 수 있을까. 울산에는 태화강 국가정원과 삼산·여천 박람회장, 울산대공원을 통합 관리할 전문 조직이 필요한가. 전국을 순회하면서도 품질과 레거시를 유지하는 한국형 K-BUGA는 가능한가.
본지는 순천과 서울 그리고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의 현장을 통해 이 질문의 답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