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목숨 걸고 걷는 ‘국가 걷기길’…울산 해파랑길 안전 사각지대
[창간기획_책임소재 모호 방치된 해파랑길] 울산 4~9코스 101.28㎞ 중 일부 인도 구분 없는 도로 보행 안전 위협 과속·불법주정차·쓰레기·수풀 등 부실 관리 방치…안내 제가각 혼란도 지정-관리·유지 기관 달라 ‘엇박자’ 국가 차원 일원화 관리체계 마련 시급
2026-07-20 윤병집 기자
문제의 구간에서는 탐방객들이 차도와 맞닿은 좁은 이면도로를 걸어야 하고, 곳곳에 파손된 보도와 쓰레기, 불법주정차가 길을 막고 있다. 여기에 안내 지도마저 제각각인 데다 유지·관리 책임도 불분명해 ‘국가 걷기길’에 걸맞은 관리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국내 대표 장거리 걷기 여행길이다. 울산은 4코스부터 9코스까지 총 101.28㎞가 해파랑길에 포함돼 있으며, 태화강국가정원과 대왕암공원, 간절곶 등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구간이다.
그러나 취재진이 최근 울산과 인접한 해파랑길을 직접 확인한 결과 일부 구간은 ‘걷기 여행길’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보행 환경이 열악했다.
울산으로 가는 해파랑길 4코스의 첫 시작점인 부산 기장군 임랑해수욕장에는 7월 여름철 더위를 피해 해변을 찾는 인파가 몰리고 있었다. 해안길과 외곽 갓길은 이미 관광객들의 차들로 주차장이 돼 있었다.
심지어 차량이 탐방객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한데, 신호등이나 과속방지턱 등 차량 속도를 줄일 시설이 부족한 곳에서는 과속 차량이 빈번하게 오가고 있다.
가뜩이나 좁은 길 위에는 안내 표지판, 쓰레기 봉투 등 각종 지장물이 쌓여 있어 보행을 방해했다. 일부 구간에는 수풀이 아예 실선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사람이 선 위를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해파랑길7코스의 태화강국가정원~아산로 구간은 차량 통행량이 많은 산업도로를 따라 조성돼 자동차 소음과 분진은 물론 일부 구간에서는 악취까지 발생해 걷기 여행의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었다. 친환경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울산의 도시 이미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관광객들의 이동 동선과 보행 환경을 고려한 코스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해파랑길4코스는 안내 지도마다 경로가 달랐다.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홈페이지에서는 공사로 통행이 어려운 구간이 여전히 안내되고 있었고, 네이버·카카오 등 지도 서비스는 해안길이 아닌 봉대산 등산로를 경로로 안내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코스에서는 공식 지정 구간이 아닌 곳에 해파랑길 안내 스티커와 리본이 부착돼 있어 초행길 탐방객들은 어느 길이 실제 코스인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가 장기간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관리 체계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해파랑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코스를 지정하지만, 실제 보도 유지·관리는 각 지자체가 담당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해파랑길’을 관광자원으로 분류하지 않고 단순한 관할 도로나 시설물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어 관광·도로·공원·해양 등 각 분야별 부서가 나눠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심지어 폭이 20m를 넘는 도로는 울산시 종합건설본부가 관리하고 있는데, 도로 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해파랑길 코스 여부를 떠나 이용자가 많지 않거나 민원이 제기되지 않으면 보수가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코스를 운영하면서도 시설 개선이나 노선 조정 등에 대해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관리하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해파랑길 유지·관리에 별도로 국비 예산이 내려오지 않는 만큼 적극적인 조치가 어려운 구조도 한 몫한다. 그나마 간절곶소망길과 강동사랑길·누리길, 솔마루길 등 지자체가 직접 조성하고 관리하는 걷기길 중 해파랑길과 노선을 공유하는 곳은 정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정도다.
결국 국가 걷기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 관리 책임은 여러 기관에 분산되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셈이다.
해파랑길 종주에 오른 황민구(46·부산 기장군)씨는 “남파랑길에 이어 해파랑길도 걸어보는데, 늘 아쉬운 건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해치는 해안 쓰레기고, 그 다음으로는 코스마다 보행로의 상태가 천차만별인 점”이라며 “가끔 사진도 찍어서 민원을 올리는데, 코스마다 관할 지자체가 다 다르니 제때 개선은 안되는 것 같다. 정부가 총괄적으로 현장 점검을 하고 조치를 하든, 예산을 넉넉히 내려주든 수를 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