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윤의 테라코타 벽화, 울산이 품어 ‘문화 도시’의 품격을 높이자

테라코타 벽화, 재개발로 철거 위기 오영수·오윤 예술세계 한 곳서 조명 울산이 품어야 할 소중한 문화자산

2026-07-20     김교학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김교학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민중 미술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오윤(1946~1986). 그의 예술 세계는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민중의 삶을 강렬한 판화와 조각으로 형상화하며 짙은 울림을 주어 왔다.

최근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 건물에 설치된 그의 테라코타 벽화가 건물 철거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문화예술계에 큰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이 문제는 울산에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오윤 작가는 울산이 낳은 한국 문학의 거장, 난계 오영수 선생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문학적 감수성과 고향 울산의 정서는 오윤의 예술혼을 지탱하는 뿌리가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오윤의 유산은 울산이 마땅히 품고 기억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철거의 위기 속에 놓인 이 테라코타 벽화는 단순한 건축 장식물이 아니다. 한국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역사적 기록이자, 아버지 오영수 선생의 예술적 혈통이 이어진 귀중한 상징물이다. 서울의 재개발 현장에서 사라져 버린다면 이는 우리 문화예술계의 뼈아픈 손실이 될 것이다.

이에 울산문화예술 단체 대표로서 제안한다.

울산시가 앞장서서 이 테라코타 벽화를 울산으로 이전·복원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현재 울산에는 오영수 선생을 기리는 ‘오영수문학관’이 울주군 언양에 있고, 울산시 중구에 ‘울산시립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벽화를 울산의 품으로 가져와 문학관이나 미술관의 주요 전시 공간에 안착시킨다면, 그 가치는 비할 데 없이 빛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작품 하나를 옮기는 차원을 넘어선다. 오영수와 오윤이라는 ‘예술가 부자(父子)’의 예술 세계를 한곳에서 조명함으로써, 울산은 타 도시와 차별화된 깊이 있는 문화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울산의 문화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시민들에게는 자랑스러운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주는 지속 가능한 예술적 인프라가 될 것이다.

도시의 가치는 그 도시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보존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오윤의 테라코타 벽화는 울산이 아버지 오영수의 문학을 존경하는 마음을 넘어, 아들의 예술까지 포용하는 ‘문화 도시 울산’으로 나아가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다행히도 건물 철거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테라코타 벽화를 서울의 뜻있는 예술인들이 모여 철거 후 임시로 보관할 장소와 철거 비용 마련을 위한 기금(펀딩)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울산시와 지역 문화계 그리고 시민의 뜻을 모아 이 벽화를 지켜내고 이를 지역 내 문화 공간에 안착시키는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오윤의 작품이 낯선 곳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울산민예총과 울산민족미술인협회가 앞장서 함께 하겠다.

오윤 작가의 작품을 울산으로 가져와 문화 도시 울산의 품격을 높이는 데 함께할 수 있도록 울산시와 시민 여러분이 함께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김교학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