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윤 벽화’ 울산 유치 위한 시민추진단에 거는 기대

2026-07-21     강정원 논설실장

 

멸실 위기에 처한 한국 민중미술의 거장 오윤(1946~1986) 작가의 초기 테라코타 벽화를 울산이 품어 안아야 한다는 본지의 지속적인 제언에 지역 예술계가 마침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응답했다. (사)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울산민예총)이 ‘오윤 작품 울산 가져오기 시민추진단’(가칭) 구성을 추진하며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것이다. 막연한 담론에 그치던 오윤 벽화 유치 논의가 지역 예술계의 주도로 실질적인 범시민 운동의 궤도에 오른 것에 대해 환영과 기대의 뜻을 표한다.

현재 서울의 상황은 급박하다. 구의동 옛 상업은행 건물의 벽화의 경우 멸실을 막기위해 서울 시민 1만 여명의 서명과 함께 예술계의 자발적인 기금 마련전이 이어지고 있다. 철거로 멸실 위기에 처한 작품을 일단 구하고 보자는 몸부림이다. 하지만 이 공공미술 유산을 향후 어디에 안전하게 안착시키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복원, 공개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은 여전히 명쾌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다.

울산민예총이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서울이 벽화구호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울산이 그 이후의 ‘영구적인 보존과 활용’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울산에는 이미 아버지 오영수를 기리는 문학관과 울산시립미술관 등 작품을 품을 훌륭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아버지가 소설로 그린 휴머니즘과 아들이 미술로 새긴 민초의 신명을 잇는 ‘부자(父子) 예술’ 서사를 꽃피울 최적의 거점이다. 구의동 벽화든, 종로4가에서 가림막에 가려진 채 방치된 ‘평화’ 벽화든 울산으로 유치할 명분은 충분하다.

울산민예총이 주도하는 시민추진단이 문화예술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손잡고 범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면 그 동력은 배가될 것이다. 위기의 문화유산을 품어 안기 위해 첫발을 뗀 울산민예총과 시민추진단의 행보를 응원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울산시의 전향적인 태도다. 시민 사회와 예술계가 판을 깔고 길을 터주는 지금, 행정이 예산과 자원, 전문 인력을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울산시는 시민추진단이 꾸려진 후 전달될 공식 건의를 기다리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지금부터라도 유족 및 서울 보존추진위 측과 사전 접촉을 갖고 다각도의 유치·지원 방안을 검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