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도 쉽게 읽도록…울산지법 ‘이해하기 쉬운 판결’ 첫 선고

‘기각’ 대신 ‘돈 더 달라 할 수 없다’ 일상어·삽화로 판결 알기 쉽게 설명 고령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 사법 접근성 향상 제도…확대 추진

2026-07-22     정수진 기자
이해하기 쉬운 판결문 중 일부. 울산지법 제공
울산지방법원이 고령의 소송 당사자를 위해 어려운 법률용어 대신 일상적인 표현으로 판결 내용을 설명한 ‘이해하기 쉬운(Easy-Read) 판결’을 울산에서 처음으로 선고했다.

22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민사2단독 권형관 부장판사는 이날 A(78) 씨가 B(67) 씨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이해하기 쉬운 판결’을 함께 제공했다.

이번 판결은 원고와 피고 모두 고령으로 일반적인 판결문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마련됐다.

판결문에는 기존 법률용어 대신 일상적인 표현과 간단한 문장을 사용했다. 또 당사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돈다발 삽화를 넣는 등 시각적인 설명도 함께 담았다.

특히 주문에는 법률용어인 ‘기각’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별도의 ‘이해하기 쉬운 판결’ 항목을 통해 “돈을 더 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라고 의미를 풀어 설명했다.

울산지법은 고령자나 장애인, 아동 등 법률문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쉬운 판결문 작성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A씨는 B씨 집 도색 공사와 방수 공사를 하고 총 1,120만원을 받기로 했으나, 400만원만 받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계약서 등을 근거로 A씨가 720만원을 더 받을 증거가 없고, 오히려 400만원에 도색 공사와 방수 공사를 모두 해주기로 약속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이해하기 쉬운 판결’은 대법원이 올해 초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사법 접근 및 사법 지원에 관한 예규’를 시행한 것을 따랐다.

이 예규는 ‘법원은 사법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 대해 신청이 없더라도 사법 지원 절차와 가능한 편의 사항을 안내해야 하고 점자, 음성, 그림, 영상, 이해하기 쉬운 자료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했다.

올해 5월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사건에서, 또 6월 서울행정법원 행정사건에서 ‘이해하기 쉬운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울산지법은 “향후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법 지원 제도 전반을 정비하고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