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 석유화학 재편, 현장 목소리 더 경청해야
정부가 어제 여수 석유화학 산단의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 지난 2월 대산 산단에 이은 두번째 승인이다.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의 통합, 139만 톤 규모의 설비 폐쇄를 골자로 한 이번 여수 프로젝트는 7,000억 원대의 정부 종합 지원 패키지까지 더해졌다. 이제 남은 곳은 울산 석유화학산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무임승차는 없다”며 울산 산단의 신속한 사업재편 참여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울산 현장의 분위기는 대산이나 여수와는 사뭇 다르다. 정부는 대산·여수에서 확보한 감산 물량(250만 톤)을 바탕으로 울산에서도 일률적인 생산량 감축을 유도하려 하지만, 이는 울산 산업 생태계의 특수성을 간과한 접근 방법이다. 산업 현장의 심각한 갈등과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울산 석유화학 단지의 최대 쟁점은 내년 초 상업 가동을 앞둔 에쓰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다. 무려 9조 원이 투입된 샤힌 프로젝트는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를 추출하는 최첨단 고효율 설비(TC2C)로, 완성 단계에 이른 대규모 국가적 과제다. 최신·고효율 신규 설비를 가동조차 하기 전에 감축 대상에 넣으라는 요구는 기업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고, 국가 석유화학 산업 발전 전략에도 맞지 않다. 기존 설비를 운영하는 SK지오센트릭이나 대한유화 등도 샤힌 프로젝트의 감축 계획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의 글로벌 위기 속에서 한국 석유화학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도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국가 석유화학 산업의 재도약은 무조건적인 숫자 맞추기식 감산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고효율·고부가 설비 위주로 생태계를 체질 개선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정부는 ‘울산 사업재편’의 속도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울산 지역 석유화학 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를 더 깊이 경청해야 한다. 샤힌 프로젝트와 같은 최첨단 설비의 연착륙을 돕는 한편, 기존 범용 NCC 설비들의 고부가 전환과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는 정교하고 세심한 중재안이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 울산시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다. 울산과 대한민국 석유화학 산업이 동시에 살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