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도 글도 끝없는 퇴고…빨간 펜 접을 날 아직 멀었죠”

[인터뷰] 다섯 번째 시조집 ‘붉은 노을’ 펴낸 김장배 시인

2026-07-23     고은정 기자
다섯 번째 시조집 『붉은 노을』을 낸 김장배 시인은 표제작 「붉은 노을」이 지금의 자신과 가장 닮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살아온 삶도 윤문이 덜 된 시편 같습니다. 아직 빨간 펜을 접을 때는 아닌 것 같아요.”

1939년생 김장배 시인이 다섯 번째 시조집 『붉은 노을』(목언예원)을 펴냈다. 2024년 『햇살 파종』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시조집에는 그가 살아오며 겪은 경험과 일상의 사물, 노년의 사색을 담았다.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시인은 “시조는 의미가 깊으면서도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라며 “쉬우면서 문학성까지 갖추고, 지나온 삶의 의미로 독자와 공감대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는 팽이, 밀삐, 다리미, 사방탁자, 쭉정이 등 평범한 사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민병도 시인은 작품 해설에서 이를 두고 “평범한 사물에서도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읽어내는 노년 문학의 원숙한 힘”이라고 평가했다.

표제작 「붉은 노을」은 지금의 자신과 가장 닮은 작품이다.

‘장작불 지핀 노을 천지가 꽃밭이다/낚싯대 둘러메고 논길로 돌아오면/큰 날개 백로 한 마리 저녁 공양 바쁘다(전문)’

김 시인은 “하루가 저무는 풍경이지만 쓸쓸하기보다 따뜻하고 평화롭다”며 “지금의 내 나이와 상황에 잘 맞는 작품”이라고 했다.

삶과 창작을 포개 놓은 「퇴고」도 애착이 크다.

내 글은 봐도 봐도 걸러내지 못한 흠집/살아온 내 삶 역시 윤문이 덜 된 시편 같다/언제쯤 빨간색 펜을 접을 날이 오려나(전문)‘

『붉은 노을』(목언예원)
그의 하루는 여전히 바쁘다. 아침이면 한 시간가량 태화강변을 걸으며 사색하고, 산책길에서 작품의 소재를 건진다. 최근 쓴 「얌체」도 맨발로 걸어야 할 황톳길을 신발을 신고 걷는 사람을 보고 쓴 작품이다.

점심 뒤에는 아내와 커피를 마시고 스트레칭을 한 뒤 책을 읽고 글을 고친다. 신문읽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저녁 식사 후에는 다시 30분 정도 걷는다. 일주일에 나흘 이상은 이 생활을 지키려고 한다.

설립자로 있는 울산제일고등학교에도 한 달에 두세 차례 들른다. 그는 “학교는 구성원들이 알아서 잘 운영하고 있어 격려차 간다”라고 했다.

김 시인은 시조보다 수필을 먼저 썼지만, 첫 수필집 『달을 건지다』는 지난해에야 냈다. 수필은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뚜배기’를 소재로 수필을 썼다. 공뚜배기의 표준말은 ‘공뚜껑’으로, 옹기를 구울 때 서로 붙지 않도록 사이에 끼우는 뚜껑인데 옹기를 굽고 나면 버려진다.

“주전 바닷가에서 태어난 나는 옹기가 됐고, 여동생은 공뚜배기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쓴 수필이다.

울산 동구 주전동에서 태어난 그는 약국을 운영하고 울산시 교육위원회 의장을 지내는 등 지역사회에서 활동해 왔다. 노년에 이르러 삶의 기쁨을 찾고자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다.

그는 노년층들이 취미를 갖고 공부하며 살아가길 권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나이 많은 사람도 노력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김장배 시인은 2015년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조 부문 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201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시조 「과녁」이 당선됐다. 이후 『과녁』, 『사막 개미』, 『풀꽃 시편』, 『햇살 파종』을 펴냈다. 신라문학대상 수필 부문, 순수필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 신인상 등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