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베트남 AI 전력수요 겨냥…LNG·SMR 단계별 협력 구상

단기 미국·호주산 LNG 공급…장기적 차세대 SMR 협력 발전소·AI 데이터센터·산업단지 연계 에너지 생태계 추진

2026-07-29     조혜정 기자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베트남 응에안성 떤마이 지구에서 열린 ‘뀐랍 LNG 프로젝트 기술 인프라 착공식’에서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해 보 쫑 하이 인민위원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레 띠엔 쩌우 부총리(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도안 밍 후언 호치민 국립정치학원장(오른쪽에서 여덟 번째), 응우옌 칵 탄 응에안성 서기장(오른쪽에서 아홉 번째), 타이 티 흐엉 TH그룹 회장(오른쪽에서 열두 번째), 서원삼 주베트남 대한민국 대사관 공사 겸 총영사(오른쪽에서 열세 번째), 호앙 반 꽝 PV Power 의장(오른쪽에서 열네 번째)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베트남에 액화천연가스(LNG)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연계한 ‘단계별 에너지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미국·호주를 기반으로 한 LNG 공급망을 활용해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SMR 분야로 협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29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추형욱 대표이사는 지난 16∼17일 베트남을 방문해 산업무역부와 국영 에너지기업 PVN(페트로베트남), 발전 자회사 PV Power 주요 인사들을 만나 에너지와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논의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성장에 따라 베트남의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출발했다.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유치하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전력 인프라를 얼마나 신속하게 확충하느냐가 향후 베트남의 AI 산업 경쟁력과 투자 유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베트남의 단기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LNG 발전 확대를 제시했다.

베트남은 경제성장과 제조업 확대에 따라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국제 LNG 가격과 공급 변동성은 가스발전 사업 확대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과 호주에 확보한 가스전 자산과 장기 LNG 계약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베트남 가스발전 사업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공급 지역을 다변화하면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지정학적 위험에도 대응할 수 있다. 미국과 호주산 LNG를 베트남 발전 사업에 연계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연료 조달 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최태원 SK 회장(사진 오른쪽)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에 투자한 가운데 테라파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상업용 첨단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승인받았다. NRC가 신규 상업용 원전 건설을 허가한 건 10년 만이며, SMR과 같은 첨단 원전의 건설 승인은 미국 내 최초다.
이처럼 LNG가 당면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해법이라면, 차세대 SMR은 중장기적인 안정적 전원으로 제안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테라파워와 함께 4세대 원자로 기술인 ‘나트륨’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나트륨은 원자로에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결합해 전력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세대 원전 기술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PVN도 석유와 가스 중심의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LNG 발전과 재생에너지, 원전 등을 포함한 종합 에너지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차세대 SMR의 기술성과 경제성이 확인되면 향후 원전 분야에서 양사 간 협력 논의도 구체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발전 설비와 연료 공급에 그치지 않고 LNG 발전소, 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를 연계하는 에너지·산업 생태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LNG발전소 및 LNG터미널과 LNG저장탱크가 들어설 뀐랍 프로젝트 부지 전경
현재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뀐랍 LNG 복합화력발전 사업을 기반으로 발전소 인근에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유치하는 특화 에너지-산업 클러스터(SEIC) 모델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발전소 인근에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유치하면 발전 사업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베트남은 전력을 기반으로 첨단산업 투자와 고용, 기술 이전을 확대할 수 있다.

추 대표는 “AI의 급격한 발전이 전력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를 초래할 것으로 진단하고 당분간은 LNG가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적절한 해결책”이라며 “차세대 SMR 기술의 검증과 상용화 과정이 완료된 후 PVN과 원전 분야에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