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회야강이 가른 웅촌과 양산의 엇갈린 35년
웅촌, 상수원보호 묶여 발전 정체 식수원 지켰지만 생활 인프라 멈춰 강 하나 사이 웅상, 인구 10만 눈앞 규제·보전 균형 상생해법 마련 요구
2026-07-29 신섬미 기자
#웅촌에 드리운 규제의 그림자
웅촌면의 시간은 35년 전에 멈춰 섰다. 울산시는 110만 울산 시민 절반 이상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핵심상수원 역할의 회야댐 수질 보전을 위해 회야강(회야댐) 일원 약 5.89㎢ 대해 1991년 법적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상수원보호구역 내에서는 건축물의 신·증축, 토지 형질변경 등 각종 개발 행위가 엄격히 제한됐다.
이로 인해 웅촌 주민들은 보행로나 기본적인 편의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웅촌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황옥자(65) 씨는 “해가 갈수록 더 소외되는 것 같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 씨는 “인도나 자전거길이 없어 차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매순간 겁이 난다. 지난번에는 자전거를 타다 뒤차 경적에 놀라 넘어지면서 쇄골이 세 군데나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한 적도 있다”라며 “길이 없으니 가벼운 산책조차 편히 할 수 없다. 인근 서창만 가도 파크골프장이나 둘레길 등이 잘 조성되어 있는데, 웅촌은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도 없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플 때는 더하다. 올해 웅촌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동네 의원마저 사라져 진료를 받으려면 울산 시내나 양산 서창까지 원정을 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 한때 1만명을 웃돌던 웅촌의 인구 수는 지난달 기준 7,162명까지 줄었다. 최근 10년 동안 단 한 차례의 반등도 없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역 소멸 위기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폭풍 성장한 양산 웅상…‘인구 10배’ 격차
반면 웅촌과 바로 인접한 양산시 웅상의 풍경은 정반대다. 웅상은 회야댐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상수원보호구역 지정 규제를 받지 않았다.
이에 양산시는 회야강을 중심으로 한 웅상 지역 도시 재편에 속도를 냈다.
1990년대 초 웅상읍 승격을 시작으로, 2000년대 중반 웅상출장소를 신설하고 4개 행정동으로 분동하는 등 동양산의 거점 도심으로 육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정·재정 투자를 단행했다.
대단지 아파트와 대규모 산업단지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웅상 인구는 현재 9만 5,000명을 넘어섰으며, ‘인구 10만 도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35년 전만 해도 비슷한 규모의 농촌 마을이었던 두 지역의 인구 수는 어느덧 10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여기에 양산시가 회야강 일대를 명품 친수공간으로 바꾸는 ‘회야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까지 본격 추진하면서 정주 여건과 도시 가치마저 격차를 더욱 벌려놓고 있다.
회야강 물줄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도심화의 수혜를, 다른 한쪽은 보전의 굴레를 쓴 극단적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웅촌 주민들 “일방적 희생 끝내야”
이에 웅촌 주민들의 불만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공익적 가치에는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나 대체 개발 방안 없이 지역이 소멸 위기로 치닫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웅촌 주민은 “울산 시민의 식수원을 지키기 위해 희생해 온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위해 회야강 일대를 친환경 수변공원으로 조성해 삶의 질을 높여 달라”며 “이는 환경보전과 지역발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상생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보호만을 위한 규제’를 넘어 ‘보전과 활용이 함께하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주군의회 이상걸 의원은 “웅촌에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양산 웅상으로 인구를 계속 뺏기고 있는 것이 뼈아픈 현실”이라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수원보호구역과 문화재보호구역 등 겹겹이 쳐진 규제에 묶여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파크골프장이나 산책로 조성 등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정주 여건 개선에 힘쓰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