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온기 잃은 사회를 구하는 힘 ‘섬김과 나눔’의 일상화

자원봉사활동 공동체 지탱하는 힘 시민들 함께 모여 만드는 생활문화 직접 실천이야말로 시대 바꾸는 답

2026-07-29     김종길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울산제일병원 이사장·본지 독자권익위원장
김종길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울산제일병원 이사장·본지 독자권익위원장 

 우리는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메말라 가고 있다. 경쟁은 치열해졌고, 공동체는 느슨해졌으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장과 발전 이전에 사람의 온기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 시작점에는 ‘섬김과 나눔’이라는 가치가 있다.

 자원봉사는 단순히 남을 돕는 행위가 아니다. 타인을 향한 섬김에서 출발하는 가장 아름다운 행복의 실천이며, 공동체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시간을 내 홀몸 어르신의 말벗이 되고, 누군가는 수십 차례의 헌혈로 생명을 나누며, 또 다른 누군가는 재난의 현장에서 묵묵히 땀을 흘린다. 이들의 손길이 모여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례는 경주 최부자집이다.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수백 년 동안 실천하며 부와 나눔을 함께 이어온 정신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품격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사례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는 자원봉사가 시민의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은퇴한 노년층 역시 지역사회 봉사에 적극 참여한다.

 일본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피해 지역을 찾아 복구 활동에 참여하며 ‘재난 자원봉사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독일은 청년들이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 복지와 장애인 지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봉사를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선진국의 자원봉사 문화가 주는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봉사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생활문화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 역시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선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정치가 함께 움직일 때 봉사의 가치는 더욱 빛날 수 있다.

 첫째, 일상 속 나눔과 배려를 배우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봉사는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학교에서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 가정에서 부모를 돕는 작은 실천,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행동이 바로 봉사의 시작이다. 어려서부터 나눔과 배려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미래 사회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다. 지식 교육만으로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없다. 인성과 섬김의 교육이 함께할 때 우리 아이들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둘째, 자원봉사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와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는 이들에게 단순히 감사의 마음만을 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인 봉사활동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인정이 뒤따라야 한다. 봉사자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더 많은 시민들이 봉사의 길에 함께할 수 있다. 봉사는 희생만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응원하고 지켜야 할 사회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셋째, 정치권 역시 ‘섬김의 문화’로 전환돼야 한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을 섬기는 데 있다. 자신의 입신양명과 진영 논리에 매몰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봉사의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가 먼저 낮은 곳을 바라보고, 갈등을 조정하며,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사회 전반의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봉사가 될 때 비로소 사회는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자원봉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많다. 아이 돌봄과 노인 복지, 장애인 지원, 수해 복구와 농촌 일손 돕기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은 셀 수 없이 많다. 누군가의 작은 관심과 한 시간의 봉사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된다.

 이제는 더 이상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감동은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힘이 된다. 오늘 당장 주변의 복지관, 헌혈의 집, 자원봉사센터에 연락해 보자. 한 번의 참여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희망이 된다. 한 시간의 봉사가 한 사람의 내일을 바꾸고, 한 번의 나눔이 공동체의 품격을 높인다. 우리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사회는 달라지지 않는다.

 오늘, 지금, 내 손으로 시작하는 작은 실천이야말로 온기를 잃어가는 시대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답이다. 김종길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울산제일병원 이사장·본지 독자권익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