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지금은 회복적 생활교육이 익어가는 시간
학생·학부모·교사 건강한 학교문화 한뜻 처벌 대신 관계 회복 무게… ‘따뜻한 동행’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한 시민 성장 응원
학기 말, 학교에서는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 행사를 열어 관계의 회복과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학부모회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응모한 좋은 문구를 새긴 열쇠고리를,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품을 선물했다. 이 행사는 가정과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추위가 가시지 않았던 3월부터 더운 열기가 푹푹 찌는 7월까지 학교를 부지런히 등교한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작은 잔치이기도 했다.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 행사장은 학생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의 가치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워졌다. 학교문화책임규약과 회복적 생활교육의 철학을 묻는 쪽지 응모하기, 인생네컷 포토존, 내 마음 온도 표시하기, 바른 말 언어나무에 친구를 위한 좋은 글귀 붙이기, 친구 응원 문구를 넣은 스크래치 카드 만들기, 토킹스틱 만들기, 회복적 질문 중에 가장 공감하는 질문에 스티커 붙이기, 회복적 생활교육 전시회 등으로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활동에 참여하며 친구와 함께 하는 학교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학부모들이 선정한 좋은 문구는 ‘느려도 괜찮아. 함께 갈 친구가 옆에 있으니까.’ 였다. 열쇠고리에 새겨진 이 한 문장은 뒤쳐진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고 곁에 있는 친구를 바라보며 위로받고 함께 나아가길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았다. 학생들이 경쟁 속에서도 진정한 우정을 나누고 곁에 있는 친구의 손을 꼭 잡길 소망하는 어른들의 바람도 함께 담긴 글귀였다.
학생들이 회복적 질문 중에서 가장 많이 공감한 질문은 ‘주변에서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였다. 바른 말 언어나무에는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라는 친구에게 희망을 전하는 문구가 가장 많이 적혀 있었다. 학생들은 좌절보다는 격려를, 비난보다는 칭찬을, 무관심보다는 도움을 선택했다.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 행사에서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말, 힘이 되는 말들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학교문화책임규약도 함께 되새겼다. 학교문화책임규약은 학기 초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만든 공동체의 약속이다. 규약은 지켜야 할 규칙을 나열한 문서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담긴 약속이다. 학생들은 각 교실에서 의견을 나누고, 전교생 설문을 거쳐 학생자치회가 최종 확정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그렇게 스스로 만든 약속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며 건강한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바로 자신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행사에서 학생들이 기억하고 적어야했던 규약은 “친구를 차별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며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겠습니다.”였다.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든 약속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잘못에 대한 처벌보다 관계의 회복에 가치를 두는 생활교육이다. 응보적 생활지도에서 벗어나 존중과 책임, 참여를 바탕으로 학교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을 함께 해결하며 평화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잘못을 단순히 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를 회복하며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책임지는 과정을 통해 학생의 성장과 변화를 돕는다. 또한 갈등 해결 과정에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함으로써 건강한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간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신뢰서클 활동, 갈등조정, 대화모임, 회복적 질문, 회복적 성찰문 쓰기 등 다양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학생들이 갈등을 피하거나 억누르기보다 용기 있게 마주하고 대화와 책임으로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밑거름이 된다. 결국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교 안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어른들의 관심과 소통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과 관계 속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은 천천히 익어가고 있다. 강은정 남산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