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피해 미술관으로…울산에도 ‘갤캉스’ 바람

울산시립미술관 가족 관람객 북적 슬도아트·백화점·갤러리카페도

2026-08-02     고은정 기자
2일 울산시립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 국제 극사실주의 특별전 ‘가장 완벽한 환영’ 도슨트 해설에는 50명 가까운 관람객이 참여했다.
“엄마, 여기 너무 시원하다”

2일 오전 11시께 울산시립미술관. 바깥은 35도 안팎의 폭염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미술관 안은 달랐다. 아이 손을 잡은 부모, 손주와 함께 온 조부모, 울산으로 휴가를 온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전시장 곳곳을 채웠다. 무더위를 피해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서 전시를 즐기는 이른바 ‘갤캉스’ 풍경이었다.

‘갤캉스’는 갤러리와 바캉스를 합친 말로, 폭염 속 시원한 전시장과 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며 여름휴가를 즐기는 문화 피서를 뜻한다. 덥고 습한 날씨에 야외 관광이 부담스러워지면서 울산의 미술관과 갤러리, 복합문화공간이 단순한 전시 관람공간을 넘어 새로운 피서지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에는 올해 7월 기준 평일 평균 700명, 주말 평균 1,300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일 평균 550명, 주말 평균 900명에 비해 30%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날 울산시립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 국제 극사실주의 특별전 ‘가장 완벽한 환영’ 도슨트 해설에는 50명 가까운 관람객이 참여했다.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진 해설을 따라 관람객들은 실제와 환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다. 대부분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었고, 해설을 듣지 않고 개별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은 만큼 체험형 전시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XR랩에서 진행되는 줄리안 오피 전시체험은 오전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한 관람객은 체험 가능 여부를 문의한 뒤 ‘예약 마감’ 안내 문구를 확인하고 아쉬운 듯 발길을 돌렸다. 제3전시실에서 열리는 ‘동행: 아이와 보는 미술’전에도 어린이를 동반한 관람객들이 이어졌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여름방학과 휴가철, 폭염까지 겹치면서 방문객이 평소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3대가 함께 미술관을 찾은 전남 광양의 강민주 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울산으로 휴가를 왔다가 태화강 국가정원을 걸으려고 했는데 너무 더워 시립미술관으로 왔다”며 “좋은 전시도 많고 시원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 수암로에 사는 박은진 씨는 “10년 전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손자 손을 잡고 미술관에 온 할머니를 보며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며 “울산에도 미술관이 생기니 이런 풍경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오는 10월 5일까지 매주 수·금·토요일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한다.

슬도아트의 7월 관람객은 6월보다 25%가량 증가했으며, 평일 평균 65명, 주말 평균 150명 정도가 찾고 있다. 슬도아트 제공
시원한 바다 풍경이 펼쳐진 울산 동구 슬도아트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슬도아트에 따르면 7월 관람객은 6월보다 25%가량 증가했으며, 평일 평균 65명, 주말 평균 150명 정도가 찾고 있다.

김수진 슬도아트 관장은 “예전에는 여름철이면 관람객이 줄어드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산책을 하다 실내 전시장을 찾는 분들이 많다”며 “아이들과 함께 쾌적한 공간에서 전시를 보고 체험하려는 가족 단위 방문이 늘었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호텔 갤러리도 폭염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롯데호텔, 현대백화점 울산점, 롯데백화점 울산점에서 일본 작가 5인전, 이민경 개인전, 오나경 개인전 등 3건의 전시를 동시에 진행한 갤러리 아리오소에도 쇼핑객과 휴가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태희 갤러리 아리오소 관장은 “더운 날씨에 백화점을 찾는 쇼핑객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갤러리 방문객도 늘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즐길 수 있는 갤러리카페도 문화 피서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울주군 두동면 묵리카페에서는 가족과 친구 단위 방문객들이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벽에 걸린 조미옥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김지원 씨(울주군 언양읍)는 “아이들이 방학인데 날씨가 너무 더워 갤러리카페를 찾았다”라며 “맛있는 것도 먹고 미술작품도 볼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