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확실성’ 남긴 울산 트램공사 재개 결정 아쉽다
울산시가 도시철도(트램) 1호선 공사를 한 달여 만에 모두 재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업 중단에 대한 법적·재정적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합법적인 명분을 찾지 못해 일단 공사를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도로 굴착 등 본공사가 시작되는 내년 초까지 사업을 중단하거나 백지화할 방법을 계속 찾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공사를 일단 재개한다’는 울산시의 애매모호한 스탠스가 오히려 시민 혼란과 불확실성만 키우는 형국이다.
민선 9기 들어 김상욱 시장은 교통 혼잡,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 저조한 수송 효율 및 운영적자 우려 등을 이유로 트램 사업 재검토를 위해 공사를 중단시키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사업의 적절성을 엄정히 따져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지난 31일 열린 대응회의에서는 이미 현대로템과의 수소전기 트램 차량 제작 계약(3월) 및 한신공영 컨소시엄과의 우선시공분 공사 착수(4월) 등 정당한 절차가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또 법률자문 결과 시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적법한 권한이 없으며,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 중단할 경우 막대한 손해배상은 물론 담당 공무원의 직권남용 등 민·형사상 책임까지 발생하는 구조임이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업 중단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컸다. 박맹우 전 시장은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을 감수하더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사업 추진으로 예상되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결국 김 시장은 "일단 공사는 진행하지만 내년 초까지 백지화 방안을 현장에서 찾아보라"고 지시한 뒤 이날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이미 우선 시공분 공사로 지반 보강과 가설물 설치 등에 혈세와 행정력이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이는 향후 중단될지도 모를 공사에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울산시의 이 같은 결정에 시민들이 어떻게 공감할 수 있겠는가. 행정의 핵심은 '예측가능성'과 '책임'이다. 울산시는 사업을 계속하면서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멈출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모순된 방침'으로 시민들에게 사업의 운명과 책임을 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