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탄소중립, 보고서가 아닌 실천으로

기초지자체들, 탄소중립 자체 평가 의구심 실질적 이행 평가보다 성과 내세우기 급급 보여주기 결과보다 일상 속 친환경 실천을

2026-08-02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북구 어린이·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장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북구 어린이·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장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제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이행점검 결과보고는 74.2%로 높은 성과를 거둔 것처럼 발표됐다. 이 수치는 자체 평가의 결과치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지자체가 제시한 기본계획의 감축목표량에 비해 실제 감축은 40% 미만인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은 2021년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국가·광역·기초 단위로 수립된 법정계획으로, 올해 처음으로 계획에 따른 이행점검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에 대응해 각 지자체와 기관, 단체들은 ‘탄소중립실천’과 ‘ESG경영’ 등 다양한 이름으로 많은 계획들을 추진했다. 거창한 계획에 비해 결과는 미미했고 현재 평가체계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수치로 검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행평가 체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다음 계획을 세운다면 또다시 형식에 지나지 않는 계획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숲, 토양, 해양 등이 흡수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균형을 이뤄 최종적으로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이며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최근 충남 서천군과 기아는 갯벌 생태계를 복원하고, 블루카본 흡수원을 확대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탄소중립은 선언을 넘어 실제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생활 속 실천이다. 지금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작은 단체에서도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개인별 노력 정도를 매달 보고하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 회의에서는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회의장 탁자 위에는 플라스틱 물병이 하나씩 놓여져 있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탄소중립을 강조하는 기관에 입주한 카페나 매장에서는 일회용품 플라스틱 컵과 플라스틱 빨대가 사용된다. 매달 탄소중립실천을 보고하는 사람들조차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찾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형식과 실천이 완전히 분리된 느낌을 받을 때면 환경을 위한 우리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지도하는 대학의 환경동아리 활동으로 카페 주변의 플라스틱컵을 수거해 씻은 다음 상추 모종을 심어 배부한 적이 있다. 이때 학생들은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플라스틱컵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그동안 무분별하게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학생들은 버려진 컵을 직접 줍고 씻는 과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이 소비되고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이후 환경운동에 동참하고자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학생들을 보면 탄소중립 실천이 귀찮고 번거로울 수도 있으나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임을 그들이 인식하는 것을 느꼈다. 탄소중립을 위한 교육은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 체험을 통해 비로소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탄소중립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으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에서 시작된다. 정부가 만든 정책이 시민의 실천이 되고 시민의 실천이 다시 우리 사회를 바꾸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때 탄소중립은 가능하다. 각자가 실천하기 가장 쉬운 방법부터 찾아볼 필요가 있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 뽑기, 빈 사무실의 전등 끄기, 점심시간 컴퓨터 전원 끄기, 냉난방 적정온도 지키기, 텀블러 사용하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분리배출 철저히 하기 등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이다.

  환경과 탄소중립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오늘 내가 끈 전등 하나, 사용하지 않은 일회용 컵 하나, 가방 속 나의 텀블러가 미래 세대에게 더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는 출발점이다. 탄소중립의 성공은 거창한 계획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오늘의 작은 실천 하나가 기후위기를 바꾸는 가장 큰 힘이다.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북구 어린이·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