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울산 주택가 페인트 창고 화재 5명 사상…‘행정사각’이 부른 비극
주거지 한복판 인화물질 보관시설 위험물안전관리법 적용도 안 받아 소방본부 화재안전조사 대상 제외 관리 허점…제도 개선 필요 목소리 시, 유사 사례 긴급 전수조사 착수
2026-08-03 심현욱 기자
#원룸 등 삽시간에 불길…1명 숨지고 1명 중상·3명 경상
3일 오전 8시 20분께 남구 삼산동의 한 페인트 창고시설에서 지게차 작업 중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시설 내부에는 페인트와 시너 등 다량의 인화성 물질이 적재돼 불길은 삽시간에 건물 전체와 인근 원룸 등으로 확산했다.
화재 당시 인근에 있던 거주하던 주민들은 연달아 폭발음을 듣고 연기를 피해 건물 밖으로 급히 대피했다.
이 불로 창고시설 인근 빌라 3층에 거주하던 60대 여성 1명이 숨졌으며, 창고시설에서 지게차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 1명은 전신 2도의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근 주민 3명은 경상을 입는 등 총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방 장비 79대 320명 동원 4시간만에 진화
소방당국은 오전 8시 2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79대, 인원 320명을 동원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오전 8시 58분께 큰 불길은 잡았으나 내부에 적재된 다량의 인화성 물질로 인해 진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불은 화재 발생 4시간여 만인 오후 12시 26분께 완전히 꺼졌다.
이날 화재로 거주 밀집 지역 한복판에 버젓이 위치한 인화성 물질 창고시설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불이 난 창고시설 양쪽으로는 다가구 주택이 있었는데, 한 곳은 거의 맞닿아 있는 수준이었으며 또 다른 곳 역시 불과 2.5m 이내 거리였다.
울산시는 화재 발생 직후 긴급 대응 대책회의를 열고 주거지 인근 인화물질 창고시설 문제 등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발생하지 않아야 할 희생자가 발생했다”라며 “어떻게 주거지 바로 옆에 페인트 저장시설이 있는지 이런 환경이 조성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해당 창고시설은 지난 2002년 1층 창고시설, 2층 근린생활시설로 인허가돼 현행법상 주거지역 내 시설 허가는 문제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허가 이후 시설 사용 용도 등은 주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져, 처음부터 창고시설과 근린생활시설로 건축 허가를 받은 뒤, 내부에 인화물질을 보관하며 영업하는 행위는 사전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맹점이 있다.
또한 위험물안전관리법상 페인트 등 제4류 위험물은 일정량 이상 보관할 경우 방화벽 설치 등 기준을 적용받고 관할 소방서의 허가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시설은 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위험물 보관 수량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특히 울산소방본부는 이날부터 울산지역 내 연면적 1,500㎡ 이상의 창고시설 87곳에 대한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는데, 이 시설은 연면적 280.5㎡로 조사 대상에 빠져있어 관련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에서 조사 예정인 창고시설은 특정소방대상물 2급 대상지로, 화재가 발생한 곳은 일반대상물에 속해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대상물에 해당하면 작동 기능 점검이라고 소방서에 제출하는 게 있고, 일반대상물은 관리자가 화재 배상 책임 보험을 들고 관리도 개인이 해서 소방에서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구·군 및 소방당국과 협력해 관내 주택가에 밀접한 인화물질 보관 창고가 더 있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적발된 불법 사항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