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심 주택가 속 위험물 창고·공장, 이대로 둘 건가

2026-08-03     강정원 논설실장

 어제 오전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페인트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는 도심 주택가에 잠복해 있던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폭발음과 함께 시작된 불길은 인근 빌라 3곳과 정비소로 순식간에 번졌고, 빌라 주민 60대 여성이 목숨을 잃는 등 5명의 사상자를 냈다. 인화성 도료와 시너 등 위험 물질이 가득 찬 창고가 빽빽한 빌라촌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었으니, 주민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판을 안고 살았던 셈이다.

 이번 사고는 도심 구시가지 및 근린생활지구의 법적·제도적 허점을 드러냈다. 현행 건축법과 국토계획법상 일반주거지역이나 근린생활지구 내에도 일정 규모의 소매점이나 창고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문제의 페인트 창고 역시 이를 기준으로 들어선 것이다. 인허가상 법적 하자가 있었는지는 앞으로 정확히 밝혀지겠지만, 근린생활시설에 보관이 가능한 법정 위험물 지정수량 미만으로 창고 허가를 받고, 실제로는 다량의 인화성 물품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편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사고 직후 열린 관련 대책회의에서 김상욱 울산시장이 지적했듯, 위험 물질이 보관된 창고 바로 옆에 원룸들이 접해 있는 구조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날 소방 당국이 연면적 1,500㎡ 이상의 대형 물류 창고시설 87곳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 조사에 나선다고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위험에 노출된 시설은 안전 규제가 작동하는 외곽의 대형 물류센터가 아니라, 구시가지 근린생활지구 속의 소규모 위험물 창고와 제조·가공 시설이기 때문이다.

 울산시와 관할 지자체, 소방 당국은 즉시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도심 주택가 및 근생지구 내 페인트·화학물질·인화성 자재 창고, 소음과 악취를 내뿜는 소규모 공장 실태를 대대적으로 전수조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정수량 초과 적재 등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고, 주거지와 근접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시설들을 철저히 솎아내야 한다.

 나아가 근본적인 안전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주거지역 내 위험물 취급 시설 및 시민 생활 안전 위해 시설의 입지를 대폭 제한하는 조례 개정과 함께, 이들 시설을 외곽 공업지역이나 전용 물류단지로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특단의 이전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화재 비극이 도심 속 위험물 시설을 정비하는, 철저한 대수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