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폭염 대응, 이제는 달라져야
기록적인 폭염 근본적 원인 이중 열돔 극한기후 예외 아닌 익숙한 일상 우려 철저한 대응 안전의식 제고 계기 기대
본격적인 8월과 함께 한반도가 거대한 용광로처럼 달궈지고 있다. 특히 울산과 인접한 경남 양산은 지난 2일 낮 최고기온이 42.5℃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5일 연속 40℃ 이상을 기록하는 유례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 역시 지난 7월 말 중구 기준 38.0℃를 기록하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으며, 8월 1일 기준 누적 온열질환자가 92명에 달해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에도 비상이 걸린 실정이다.
이처럼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이른바 ‘이중 열돔(Double Heat Dome)’ 현상에 있다. 한반도 하층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상층에는 뜨겁고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겹겹이 자리하면서 마치 뚜껑을 덮은 것처럼 열기를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남지역은 지형적 특성까지 더해졌다. 서풍 계열의 바람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단열 압축되는 푄현상(Foehn effect) 으로 울산을 비롯한 영남권이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 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극한기후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7월 한 달간 영남지역의 강수량은 겨울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가뭄이 이어졌고, 메마른 지표면은 낮 동안 흡수한 열을 밤에도 쉽게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축 43만여마리가 폐사하고 양식장 피해가 확산되는 등 경제적 손실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제 8월의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시민과 행정이 함께하는 더욱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시민 모두가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생활 속 예방수칙을 실천해야 한다. 폭염은 자연현상이지만 온열질환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재난이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물을 자주 마시고, 가장 더운 오후 시간대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며, ‘물·그늘·휴식’이라는 기본 수칙을 생활화해야 한다. 또한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한 번 더 살피는 작은 관심이 폭염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안전망이 될 수 있다.
둘째, 온열질환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와 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고령자뿐 아니라 야외에서 장시간 일하는 근로자와 농업인, 만성질환자 등 폭염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독거노인에 대한 안부 확인과 무더위쉼터 이용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야외 근로자에게는 ‘물·그늘·휴식’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체감온도가 38℃ 이상인 ‘위험’ 단계에서는 작업을 중지하거나 작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울산을 ‘기후회복력 있는 도시(Climate Resilient City)’로 전환해야 한다. 폭염은 더 이상 일시적인 기상이변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와 인프라가 얼마나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도시숲과 정원을 확대해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폭염 취약지역 분석을 통해 그늘시설과 냉방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선제적인 기후적응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속도는 우리의 대응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폭염은 잠시 견디고 지나가는 여름 날씨가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새로운 재난이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폭염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생활 속 예방수칙을 실천하는 일이다. 여기에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촘촘한 보호와 도시 차원의 기후적응 노력이 함께할 때 비로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기록적인 폭염이 울산의 기후적응 역량은 물론 시민들의 폭염 안전의식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희종 울산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