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건강] 소리 없는 여름의 저승사자, 폭염 속 ‘여름 뇌졸중’을 경계하라
더운 날씨 땀으로 수분 줄면 혈액 농축돼 탈수·혈압저하 함께 발생 땐 뇌경색 위험 고령자·고혈압·당뇨 등 고위험군 더 취약
2026-08-12 김상아 기자
#뇌졸중
뇌졸중은 크게 뇌출혈과 뇌경색 두가지로 나뉘는데 앞 서 말한 뇌출혈은 겨울철에 증가하는 양상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폭염과 탈수, 급격한 혈압 변화가 문제가 된다.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면 몸속 수분이 줄고 혈액이 농축될 수 있다.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면 혈전이 만들어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뇌혈관이 심하게 좁아져 있는 사람은 탈수와 혈압 저하가 함께 발생할 경우 뇌로 공급되는 혈류가 감소하면서 뇌경색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폭염 속에서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혈관이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혈압이 평소보다 떨어지거나 크게 변동할 수 있다. 여기에 식사량 감소, 설사, 구토, 과도한 운동이 겹치면 탈수는 더욱 심해진다. 일부 환자는 더운 날 혈압이 낮게 측정된다는 이유로 혈압약을 임의로 중단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히려 혈압 변동을 키워 위험할 수 있다.
최근의 대규모 연구에서도 추위뿐 아니라 극심한 더위 역시 뇌경색과 뇌출혈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평균적인 발생 건수는 겨울보다 적을 수 있어도, 폭염에 노출된 고위험 환자에게 여름은 결코 안전한 계절이 아니다.
여름철에는 특히 고령자에게 주의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갈증을 느끼는 기능이 떨어져 몸에 수분이 부족해도 물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매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물을 마시기 어려운 사람도 위험하다. 이전에 뇌졸중이나 일과성 허혈발작이 있었던 사람, 고혈압·당뇨병·심방세동·만성콩팥병이 있는 사람,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폭염과 탈수에 더욱 취약하다.
#예방 및 관리
예방을 위해서는 갈증이 심해지기 전에 조금씩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소변량이 줄거나 색이 평소보다 진해지고, 입이 마르거나 어지럽다면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 다만 심부전이나 신장질환으로 수분 섭취를 제한받고 있다면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기보다 담당 의사가 권한 범위 안에서 섭취해야 한다.
한낮의 야외 활동과 과도한 운동은 피하고, 외출할 때는 물을 준비해야 한다. 술은 이뇨 작용을 통해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폭염 속 음주는 더욱 주의한다. 혈압이 평소보다 낮아졌다고 해서 혈압약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더위 때문에 외출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병원 방문을 미루고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 복용을 거르는 것도 위험하다. 어지럼증이나 저혈압이 반복된다면 약을 스스로 조절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여름에는 실내외 온도 차이도 조심해야 한다. 지나치게 낮은 온도로 냉방된 실내에 오래 있다가 갑자기 무더운 야외로 나가면 혈관이 빠르게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면서 혈압이 흔들릴 수 있다. 에어컨 바람을 직접 오래 맞기보다는 실내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고, 외출 전에는 몸이 온도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수면 관리도 중요하다. 열대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혈압과 혈당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유지하고, 지나치게 늦은 시간의 음주나 야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폭염 기간에는 평소보다 혈압과 혈당을 조금 더 자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당부
무엇보다 증상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한쪽 눈이 보이지 않거나 심한 균형장애, 원인 모를 극심한 두통이 발생하면 즉시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뇌졸중은 치료가 늦어질수록 뇌 손상이 커지는 질환이다. 증상이 발생하면 잠시 쉬어 보거나 가족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발생 시각을 확인한 뒤 바로 119를 통해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 직접 운전하기보다는 구급차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평소 복용하는 약과 과거 병력을 의료진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겨울이 뇌졸중 위험이 높은 계절인 것은 맞지만, 여름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겨울에는 추위와 혈압 상승을, 여름에는 폭염과 탈수 및 혈압 저하를 경계해야 한다. 뇌졸중에는 ‘비수기’가 없다. 계절과 관계없이 위험인자를 꾸준히 관리하고, 의심 증상이 생겼을 때 지체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