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내버스 퇴직금도 전부 재정으로 충당하려는가
울산 시내버스 노사가 또다시 전면 파업의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울산버스노동조합이 오는 25일 찬반투표를 거쳐 28일 첫차부터 운행 중단을 예고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시민의 발’이 묶일 위기에 놓였다. 지하철이 없어 버스 의존도가 절대적인 울산에서 700여 대의 버스가 일제히 멈춰 선다면 그로 인한 교통 대란과 시민들의 경제적·시간적 고통은 불 보듯 뻔하다.
이번 파업 국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813억 원 규모의 ‘미적립 퇴직금’ 해결을 두고, 노사 양측이 사실상 울산시의 재정 투입만을 바라보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 시내버스 6개 사의 퇴직금 충당부채 1,115억 원 중 실제 적립액은 302억 원으로 적립률이 고작 25~30%에 불과하다. 이로인해 일부 퇴직자들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지 못해 쪼개 받는 비정상적인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퇴직금 적립 부실마저도 울산시에 떠넘기고, 시민의 혈세로 메꾸려 한다는 점이다. 노조는 매년 300억 원씩 추가 적립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시의 재정 대책을 압박하고 있고, 사측 역시 적자 경영을 핑계로 “감당할 수 없다”며 울산시에 손을 벌리고 있다.
울산시는 올해 시내버스 운송 적자의 97%에 달하는 1,519억 원을 지원한다. 평가 지원금 등을 추가하면 실질 보전율이 99%에 육박할 정도다. 어제 협의회에서는 나머지 1%(15억)도 방법을 찾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수년간 쌓아온 수백억 원대의 퇴직금 결손금까지 시 예산으로 채워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당연히 적립하고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이다. 당연히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경영진의 사재 출연 등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다. 노조 역시 시민을 볼모로 잡는 파업으로 협박을 할게 아니라, 현실성 있는 점진적 적립 방안과 운송원가 절감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울산시는 또다시 ‘파업만은 막고 보자’는 식의 땜질 처방이나 원칙 없는 혈세 지원 요구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후속 협의를 통해 노사 모두에게 자구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