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시대] 울산 주택정책, ‘짓는 공급’에서 ‘사는 공급’으로
산업도시 울산, 고용따라 주택 수요 영향 산업·주택정책 ‘정주정책’으로 바라봐야 실제로 살고 정착할 수 있는 집을 늘려야
주택 공급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새 아파트를 얼마나 짓느냐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시민이 체감하는 주거 안정은 단순히 신규 주택을 많이 짓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지어진 주택이 매매와 전월세 시장에 원활하게 나오고, 필요한 사람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규 공급’뿐 아니라 기존 주택의 ‘유통 공급’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도 부동산 보유와 거래에 관한 제도 변화가 담겼다. 이를 계기로 세제와 규제가 실제 주택 거래와 지역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일정한 규제와 과세는 필요하다. 다만 세 부담과 거래 규제가 정상적인 주택 거래와 임대 공급까지 위축시키지는 않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1주택자가 이사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되거나, 고령자가 장기간 보유한 주택을 처분하려는 경우처럼 실제 주거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투기는 차단하되 실수요자의 정상적인 주택 이동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울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다. 산업단지와 기업의 고용 상황에 따라 근로자의 이동이 많고, 청년층의 유입과 유출 역시 주택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남구와 중구, 북구, 동구, 울주군마다 주택 수요와 주거 환경도 다르다. 따라서 획일적인 기준보다는 울산의 산업구조와 지역별 주택 수요를 반영한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주거 문제는 일자리 정책과 따로 볼 수 없다. 청년의 지역 정착을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정한 가격의 주택과 직장 접근성, 교통과 생활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장기적인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정책과 주택정책을 하나의 ‘정주정책’으로 바라봐야 한다.
공공임대주택과 청년주택 공급뿐 아니라 기존 주택과 빈집 활용, 직주근접형 주택 공급, 노후 주거지 정비 등 다양한 방식도 병행해야 한다. 재개발과 재건축, 소규모 정비사업 역시 안전과 도시계획의 원칙은 지키되 각종 규제와 복잡한 절차, 사업성 문제 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돼 주민 불편이 계속되는 문제도 살펴야 한다.
특히 북구처럼 산업단지와 신도시, 오래된 주거지역이 함께 존재하는 곳은 더욱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노후주택과 주차난, 부족한 생활 기반 시설로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택정책은 단순히 몇 세대를 공급했느냐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주택과 교통, 주차장, 공원, 복지시설, 교육환경을 함께 갖춘 생활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은 국민의 가장 큰 자산인 동시에 삶의 터전이다. 규제가 지나치면 정상적인 거래와 공급이 위축될 수 있고, 반대로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는 투기와 가격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균형이다.
정부는 주택 거래와 임대 공급을 불필요하게 제약하는 제도와 세제는 없는지 살피고, 지방정부는 지역 실정에 맞는 주택 공급과 정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울산의 주택정책도 이제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에서 ‘시민이 실제로 살 수 있는 집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로 중심을 옮겨야 한다. 청년에게는 사회생활의 출발을 가능하게 하는 집을, 신혼부부에게는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집을, 근로자에게는 직장 가까이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어르신에게는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주택정책이 가야 할 방향이다.
집은 투자 대상이기 이전에 시민의 삶이 시작되고 가족의 미래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울산의 주택정책도 이제 공급이라는 숫자를 넘어, 시민이 실제로 살고 정착할 수 있는 주택을 늘리는 데 중심을 두어야 한다.
백현조 울산광역시의원·산업건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