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쓰레기매립지가 도시정원으로…삼산·여천에서 시작된 울산의 실험

[기획_전국 순회형 K-BUGA, 정원도시 울산 미래 열다] ③산업도시에서 녹색도시로 변화하는 ‘전환의 과정’ 보여주는 공간으로 조성

2026-08-20     강태아 기자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릴 예정인 삼산·여천 매립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울산매일 포토뱅크
태화강역을 끼고 삼산·여천매립지 쪽으로 차를 돌리자 익숙한 도심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졌다. 흙을 쌓아 올린 부지와 공사 차량, 넓게 비어 있는 땅이 이어졌다. 멀리 산업단지 시설과 송전탑도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이 2년 뒤인 2028년 울산국제정원박람회의 ‘흙의 정원’이 될 공간이다. 세계 각국의 정원과 수많은 관람객으로 채워질 곳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풍경만으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잘 다듬어진 공원도 화려한 꽃밭도 없다. 오히려 매립지라는 과거와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삼산·여천 매립지에 조성되고 있는 ‘삼산 마운딩’.
#‘삼산 마운딩’의 대 변화에 이목 쏠려

지금은 토목 구조물에 가깝다. 하지만 2년뒤 이곳은 식물이 자라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는공간으로 변한다. 마운딩 아래로는 넓은 잔디공간인 ‘울산광장’이 들어선다. 관람객이 박람회장에 들어섰을 때 처음 만나게 되는 중심 공간이다.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 관계자는 “삼산이라는 지명이 과거 이 일대에 있던 세 개의 산에서 유래했다는 데 착안해 세 개의 봉우리를 형상화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완성되면 세 봉우리가 하나의 경관을 만들고 박람회장을 조망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된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순천호수정원’이 순천의 산과 지형을 축소해 정원 안으로 끌어들인 것과 비슷한 공간적 장치다.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릴 예정인 삼산·여천 매립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울산매일 포토뱅크
#매립지 위에 정원을 만드는 이유

삼산·여천 매립지는 울산의 성장 과정에서 도시의 변두리에 놓였던 공간이다.

산업화와 도시 팽창 과정에서 도시의 필요에 따라 사용됐지만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아가는 공간과는 거리가 있었다. 도시가 만들어낸 부산물을 받아들이는 장소였다.

울산은 바로 이 점을 박람회의 이야기로 삼았다.

삼산·여천매립지를 이미 완성된 정원으로 포장하기보다 산업도시가 녹색도시로 변화하는 ‘전환의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설정했다. 박람회 이후에도 공공정원과 도시 여가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순천이 정원박람회를 통해 국가정원과 도시의 관광구조를 바꿨고, 서울이 기존 도시공원을 기반으로 정원을 시민의 일상으로 확산시켰다면 울산은 산업도시가 남긴 유휴공간을 새로운 녹지로 전환하는 실험을 시작한 셈이다.

독일 BUGA가 박람회 개최 자체보다 도시가 장기간 안고 있던 유휴부지와 쇠퇴공간의 재생을 중시하는 것과도 맥이 닿는다.

박람회를 위해 도시를 잠시 꾸미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바꾸기 위해 박람회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실행계획에서도 과제로 제시한 악취 관리

차량으로 몇 미터 가량 오르내린뒤 도착한 곳은 학생정원과 시민정원, 한국전통정원이 둘러쌀 파크골프장 예정지. 조직위는 인도교 2개를 설치해 각각의 공간을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원박람회의 공간은 정원의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람객이 어디로 들어와 어떤 길을 걷고, 어디에서 쉬고, 다음 정원으로 어떻게 이동하느냐가 전체 경험을 좌우한다.

삼산·여천에서 진행되는 기반공사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립지는 사용이 끝났다고 관리가 끝나는 곳이 아니다. 침출수와 매립가스, 지반침하, 토양과 지하수 등을 계속 관리해야 한다.

실행계획 역시 깊은 굴착이나 중량 구조물보다는 지반 안정성을 고려한 경량 시설 중심의 조성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식재 역시 토심과 하중을 고려해야 한다.

현장에서 그 과제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곳은 여천천이었다.

생활오수와 우수가 일부 혼입된 여천천의 물빛은 탁했다. 오수 유입을 차단하고 하수처리시설로 전환하는 공사에 이어 하천 바닥의 슬러지를 제거하고 냄새를 줄이는 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는게 조직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행계획에서도 여천천의 수질과 악취 관리, 우수 배제와 침수 대응을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고 있다.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될 울산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의 전경. 울산매일 포토뱅크
현대자동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고압 송전탑이 보였다. 현재 송전선을 이설한 뒤 철거하는 방안과 기존 시설을 남겨 정원의 요소로 활용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박람회 경관도 달라질 수 있다.

철탑을 없애고 깨끗한 녹지 경관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산업도시 울산이라는 장소성을 생각하면 산업시설을 무조건 감춰야 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종합실행계획이 내세운 것도 ‘산업화의 흔적을 지운 결과’가 아니라 울산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박람회다.

차량 밖으로는 돋질산도 가까이 들어왔다. 도심과 태화강, 산업지역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람회장 안의 정원만이 아니라 주변 도시 경관 전체를 어떻게 끌어들일지도 앞으로의 설계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2028년의 꽃밭’보다 ‘2030년의 공원’

현장을 둘러볼수록 정원박람회가 열릴 2028년의 풍경보다 2030년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박람회 기간에는 충분히 사람을 불러모을 수 있겠지만 관람객이 빠져나가고 임시 시설물이 철거된 뒤에도 삼산·여천을 시민들이 찾아올 이유가 있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아침에 산책하는 시민이 있고,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는 가족이 있고, 퇴근한 직장인이 강변을 따라 걷는 공간이 돼야 한다. 그때야 정원박람회가 열린 곳이라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울산 박람회에서 가장 중요한 설계도는 2028년 박람회장 배치도가 아니라 어쩌면 2030년의 이용계획인지도 모른다.

2028년 가을, 마지막 관람객이 빠져나가면 조명은 꺼지고 임시 시설은 철거된다. 태화강은 다시 흐르고, 대숲은 바람에 흔들릴 것이다. 그때 삼산·여천매립지에 남아 있는 것이 낡은 시설과 관리비 청구서인지, 시민의 삶 속으로 들어간 새로운 정원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어떤 정원을 남길 것인지, 어떤 시설은 철거할 것인지, 누가 관리하고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까지 지금부터 함께 결정해야 한다.


#기존 국가정원 지역에서도 리뉴얼 시작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한 태화강국가정원 내 ‘울산광장’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이수화 기자
차로 몇 분을 달려 ‘물의 정원’으로 불리게 될 태화강국가정원 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9년 국가정원 지정 이후 시민들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공간이다. 평일 낮인데도 산책하는 시민, 대숲 그늘에 앉은 사람, 강변 자전거, 물 위의 새 같은 이미 일상이 된 풍경이 울산 정원도시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여기에 국제행사의 유료 구간과 임시 시설을 얹는 일은, 기존 방문객의 산책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박람회 관람객을 새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중의 과제다.

기존 국가정원시설을 리뉴얼해 만들어질 ‘물의 정원’은 공공성과 개방성을 유지하지만 일부 구간은 유로화될 예정이다. 국제초청작가 정원과 K-culture 정원 등 일부 핵심 콘텐츠만 울타리와 검표 시설로 분리하는 구조로 유료화된다.

전기동력 관광수단으로 태화강국가정원을 달리는 ‘울산마차’가 대나무생태원 앞에 주차돼있다. 이수화 기자
낮 동안 정원과 대숲을 걸었던 정원박람회 관람객은 해가 지면 또 다른 태화강을 마주하게 된다.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종합실행계획’에는 물을 담는 ‘달항아리’를 태화강 공간의 상징 조형물로 제시하고 있다.

태화강국가정원 남구 둔치에 조성돼있는 태화강수상스포츠센터 앞에 다양한 보트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수화 기자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는 떨어져 있는 ‘물의 정원’과 ‘흙의 정원’ 두 풍경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사업이다. ‘완성된 국가정원을 한 번 더 꾸미는 박람회’가 아니라 ‘태화강 복원의 경험을 매립지까지 확장하는 도시 전환 프로젝트’라는 의미가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확인한 정원의 ‘확산’과 순천에서 확인한 ‘레거시’를 울산의 방식으로 결합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울산이 바라봐야 할 시간은 거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박람회가 끝난 2029년, 그리고 2030년에도 시민이 이곳을 찾고 있다면 삼산·여천의 변화는 성공한 도시 실험으로 기록될 수 있다. 반대로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시설과 정원이 관리 부담으로 남는다면 화려했던 박람회의 기억은 오래가지 못한다.

삼산·여천에서 시작된 울산의 실험은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쓰레기를 묻던 땅을 정원으로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그 정원을 다시 시민의 일상으로 돌려주는 일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