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 잔치로 끝난 규제개혁 공모전 왜 계속하나
울산 중구가 추진한 ‘2026년 규제개혁 아이디어 공모전’의 수상자 9명 전원이 중구청 소속 공무원으로 드러났다는 소식이다. 일상생활의 불편과 기업·소상공인의 발목을 잡는 족쇄를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걷어내겠다는 공모전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특히 접수된 제안이 20건 밖에 되지 않는 데다 이중 80%가 공무원 제안이었다고 하니, 이런 공모전을 왜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대목은 이러한 파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민간 참여가 없어 공모 기간을 한 달이나 연장했지만, 추가 접수가 없어 결국 공무원들만 상을 받았다고 한다. 규제개혁의 핵심은 불합리한 규제의 당사자인 주민과 소상공인, 기업이 체감하는 생생한 문제를 포착하는 데 있다. 하지만 2년 연속 민간 참여율이 바닥을 치고 공무원끼리 상을 주고받는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면, 이는 공모전의 구조와 운영 방식 전반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울산시가 진행한 규제개혁 아이디어 공모전과 비교하면 중구의 안일함은 더욱 도드라진다. 울산시 공모전에는 228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9개 수상작 중 공무원은 단 1명에 불과할 정도로 민간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중구는 상금 규모나 홍보 부족을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이는 군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주민과 기업이 행정에 목소리를 낼 만한 유인책도, 소통의 접점도 만들지 못한 채 관성적으로 공고만 띄워놓고 민간의 호응을 바란 행정 편의주의의 결과로 보인다.
이처럼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할 바에야, 남구·동구·북구 등 인근 지자체처럼 공모전 자체를 현실에 맞게 분리·재편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억지로 민간 공모 간판을 내걸기보다 ‘자체 공무원 제안제도’와 ‘적극행정 경진대회’를 내실 있게 진행해 현장 실무자가 조례·규칙 정비나 인허가 간소화 아이디어를 발굴하는게 더 나을 것이다. 이러한 사내 제안과 적극행정 평가틀을 통해 정당한 인사 인센티브와 포상으로 유도하는 것이 공무원들의 직무 개선과 행정 혁신에도 유리할 것이다.
규제개혁 공모전이 혈세와 행정력을 낭비하며 ‘내부 포상용 통로’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중구는 민간 참여를 획기적으로 유도할 소통 플랫폼과 보상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 주민 없는 ‘그들만의 공모전’이 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