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어깨를 맞대며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

학급 내 ‘자리 바꾸기’ 교실의 중요 이벤트 개인 편의·선호 채우는 수단 아닌 교육 과정 즐거움 나누고 부딪히며 갈등 조율법 배워

2026-08-20     김은진 개운초등학교 교사
김은진 개운초등학교 교사

교실에서 어느 자리에 앉느냐는 것은 학생들은 물론, 때로는 학부모들에게도 중요한 관심사이다. 칠판이 잘 보이는 앞자리, 아늑한 뒷자리, 혹은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은 측면 자리에 대한 선호도는 저마다 다르다. 주변에 어떤 성향의 친구가 앉느냐에 따라 학교생활의 만족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때론 현재의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조만간 자리가 바뀔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아이들은 불만이 있어도 곧잘 감내한다.

한자리에 좀 오래 머물렀다 싶으면 어김없이 아이들이 먼저 시동을 걸어온다.

“선생님, 자리 언제 바꿔요?”

개학 날의 낯선 풍경부터 시작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자리 바꾸기는 단조로운 교실에 생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이벤트가 된다. 친한 친구와 붙어 앉고 싶어 하는 마음과 불편한 친구는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얽히고 설킨 그곳에서 다양한 자리바꾸기 방식을 통해 자리를 바꾸고 나면 아이들의 희비가 엇갈리곤 한다.

과거의 자리 배치는 주로 키 순서가 기준이었다. 하지만 학급당 인원이 줄어들고 교실 환경이 쾌적해지면서 키는 이제 참고 사항일 뿐이다. 요즘 교실에서는 랜덤 뽑기, 학급 보상, 책 속 인물 짝꿍 정하기 등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는 기발한 방법들이 두루 사용된다. 이는 공평함을 보장하는 동시에 아이들에게 소소한 놀이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편 자리가 바뀌고 나면 교사들의 진짜 고민이 또다시 시작된다. 서로 좋아 죽는 아이들이 짝이 되면 수업 시간에 눈빛만 교환해도 웃음이 터져 나와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일쑤고, 성격이 맞지 않는 아이들이 만나면 작은 일에도 감정의 충돌이 일어난다.

실제로 교실에서 잔소리가 유독 심한 아이가 특정 친구를 지속적으로 지적하며 갈등을 유발하는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교사가 개입해서 “친구의 행동을 직접 지적하지 말라. 문제가 있으면 선생님이 지도하겠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어준 뒤, 필요하다면 두 아이의 물리적 거리를 멀리 떨어뜨려 서로의 숨통을 틔워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관계 속에서 지나치게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 역시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러한 자리 배치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시선 역시 다양하다. “우리 아이 주변에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없어 보여 걱정입니다”, “어떤 친구 때문에 우리 아이가 많이 불편해하니 다음 자리 배치 때 신경 좀 써주세요.”라는 민원이 들려오곤 한다.

그러나 교실의 자리 배치는 단순히 개인의 편의나 선호를 채워주는 수단이 아니다. 학급 전체의 균형을 맞추고, 아이들이 다양한 타인을 마주하며 사회적 근육을 기르게 하는 교육적 과정이다. 만약 교사가 특정 개인의 요구를 일일이 수용한다면 교실 공동체의 공정성은 무너지기 쉽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내 자녀의 불편함이 속상할 수 있지만, 교사가 전체적인 사회성 발달의 그림을 그리며 학생들의 자리를 배치한다는 점을 믿고 지지해 주었으면 한다.

자리 배치를 할 때 시력은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신체 조건이다. 교과서 글자는 잘 읽지만 교실 앞 화면의 글씨는 읽지 못하는 1학년 여학생을 보고 시력 문제임을 알아챈 적이 있다. 앞자리로 자리를 옮겨주니 더 자신있게 학습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 정기적인 자리 바꾸기에서도 앞자리로 배려를 받았다. 놀라운 것은 아이들의 태도다. 특별히 요구를 하지 않아도 시력이 좋은 아이들이 선뜻 앞자리를 양보하는 모습 속에서 교실이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따뜻한 공동체로 존재함을 보곤 한다.

이렇듯 교실 안 자리바꾸기는 아이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더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는 소중한 배움의 기회이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즐거움을 나누고, 성향이 다른 친구와는 부딪히기도 하면서 갈등을 조율하는 법을 배운다.

공정하고 세심한 교사의 손길, 그리고 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학부모의 다정한 시선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오늘도 교실 너머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자라나고 있다.

김은진 개운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