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서 내면을, 장승에서 삶을…김호언·강갑회 사진전

김호언, 빛으로 내면의 시간·사유 포착 내달 8~14일 문예회관 강갑회, 전국 장승에 깃든 삶 흑백사진에 26일부터 갤러리 숲

2026-08-24     오정은 기자
‘빛이 그린 수채화’ 김호언작
‘보라빛 그리움’ 김호언작
울산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김호언과 강갑회가 각각 빛과 장승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사진을 통해 바라본 자연과 삶,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선보인다.

김호언 작가는 오는 9월 8~14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네 번째 개인전 ‘빛을 품다’를 개최한다. 자연과 교감하며 작업해 온 김 작가의 사진 세계를 담은 전시다.

김 작가는 피사체를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안에 담긴 보이지 않는 내면을 끄집어내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사유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번 작품들은 특정한 이야기를 설명하기보다 빛이 스며들고 머무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형태를 단순화하고 경계를 흐리게 해 관람객이 작품을 바라보며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작가는 “상처 이후에야 비로소 감지되는 빛, 침묵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빛을 기록하려 했다”며 “그 빛은 외부에서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빛을 품다’는 무언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며 사진을 통해 내면의 시간을 천천히 통과하는 시도”라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 안에 남아 있던 빛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1986년 한국사진작가협회에 입회한 뒤 제17대 울산광역시지회장과 제26대 이사, 윤리조정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울산광역시 남구문화원장을 지냈다. 개인전은 1990년 첫 사진 작품전을 시작으로 2016년 ‘심상’, 2023년 ‘빛의 그물’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창녕군 관룡사 장승
부안군 언독리 장승
강갑회 작가의 사진전 ‘장승_마음 기둥’은 울산 남구문화원 ‘갤러리 숲’에서 오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개최된다. 울산문화관광재단 2026년 울산예술지원 선정 사업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전국의 마을과 사찰 입구, 들길과 산길 등을 찾아 촬영한 디지털 흑백 사진 44점을 선보인다.

강 작가에게 장승은 단순한 사진의 피사체가 아니다.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며 마을을 바라보는 장승에서 사람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본다.

특히 강 작가는 장승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에 주목했다. 퉁방울눈과 주먹코, 합죽이 입, 삐뚤어진 수염 등 반듯하지 않은 장승의 모습에서 오히려 기층민의 삶과 마음의 결을 읽어낸다. 작가는 이를 ‘불완전성이 장승의 미학’이라고 표현한다.

전시 제목인 ‘마음 기둥’ 역시 장승이 지닌 의미에서 출발한다. 옛사람들이 마을의 안녕과 마음의 안정을 바라며 마을 입구에 장승을 세웠듯, 오늘날 우리의 마음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지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강 작가는 장승을 촬영할 때 막걸리 한 병을 챙긴다. 장승을 만나 먼저 인사를 나누고 막걸리 한 잔을 올린 뒤 주변의 변화를 살피고 셔터를 누른다. 그는 “인간에게 생사가 있듯 장승에게도 생사가 있음을 몇 번 보았다”며 장승을 하나의 생명처럼 대하는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전시와 함께 흑백사진 86점을 수록한 사진집 ‘장승_마음 기둥’도 발간됐다.

강 작가는 1954년 울산 울주군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교육청에서 30여 년간 교사·교감·교장으로 근무한 뒤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울산을 기반으로 ‘섬과 물결’ 사진 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기록과 기록성을 중시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