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태화강 하구, 습지보호지역 지정 추진

태화강 학성교~하구 194만㎡ 대상…생물 671종 확인 황새·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9종 서식 정부 협의 거쳐 울산시·주민 의견수렴 후 최종 지정

2026-08-25     윤병집 기자
울산만 방향에서 본 태화강 하구 전경. 최지원 기자
산업화 시절 오염의 상징이 됐던 태화강이 이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까지 찾아오는 ‘생명의 강’으로 거듭났다. 정부가 태화강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하구 일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오염된 하천을 되살리는 작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되살아난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지켜내는 단계로 거듭나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태화강 학성교부터 울산만과 연결되는 하구부까지 약 194만6,905㎡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습지보전법’에는 환경부장관, 해양수산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습지 중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정 계획의 가장 큰 근거는 태화강 하구에서 확인된 풍부한 생태계다. 올해 6월까지 이뤄진 장기 조사 결과 관속식물과 곤충, 조류, 어류 등 256과 671종이 확인됐으며, 황새와 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2종과 기수갈고둥·노랑부리저어새·물수리·새호리기·솔개·흰목물떼새·삵 등 Ⅱ급 7종까지 모두 9종의 멸종위기종이 확인됐다.

태화강 하구는 울산만과 직접 연결된 열린 하구로, 하구에서 약 10㎞ 상류까지 조석의 영향을 받는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기수역을 중심으로 하천과 하구, 연안이 연결되면서 다양한 생물에게 서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 태화강에서 관찰된 국제보호조류 ‘적갈색흰죽지’. 울산매일 포토뱅크
특히 하천을 따라 형성된 생태계는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울산으로 오는 철새의 개체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울산시가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태화강, 동천, 회야강 등에서 실시한 ‘겨울철 야생동물 모니터링’ 결과, 울산을 찾은 겨울 조류는 총 111종 12만1,733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102종 8만9,166마리 대비 종수는 9종, 개체수는 약 36.5%가 늘어난 수치다.

특히 댕기흰죽지, 원앙, 물닭 등의 개체 수가 크게 늘었으며 가창오리, 검둥오리사촌, 상모솔새, 댕기물떼새 등 15종이 새롭게 관찰돼 한층 풍부해진 생물 다양성을 확인했다.

울산 대표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도 역대 최대 규모인 11만4,119마리가 관찰됐다.

산업화 과정에서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태화강이 야생생물의 보금자리로 변한 것은 울산의 생태복원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변화다.

이번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태화강을 단순히 시민들이 이용하는 친수공간에서 국가 차원에서 보전할 생태자산으로 한 단계 격상한다는 의미도 있다. 국내 습지보호지역은 2025년 12월 기준 57곳이며, 울산에서는 무제치늪이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태화강 하구가 추가 지정 대상에 오르게 됐다.

다만 태화강 하구의 생태환경이 완전히 자연 상태로 회복된 것은 아니다. 계획안은 시가지와 산업단지, 국가정원과 친수시설 등에 따른 인위적 교란과 함께 41개 우수관로를 통한 비점오염원 유입, 생태계교란 생물 확산 등을 관리가 필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국립생태원이 습지보호지역 지정 계획 중인 태화강 하구 위치도.
습지보호지역 지정 이후에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5년마다 보전계획을 수립해 유지·관리 조치를 하게 된다. 대상지에 포함된 사유지 0.8%는 지자체가 매입하는 방안이 추진되며, 보호지역 안에서도 습지보전과 조화를 전제로 지자체가 관광 콘텐츠나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

현재는 최종 지정에 앞선 절차가 진행 중이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지정계획 수립 이후 지역주민과 지자체 의견수렴, 관계 중앙행정기관 협의, 지정·고시 순으로 진행된다. 현재 정부부처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이 마무리된 뒤 울산시와 추가적인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주민 의견수렴 과정에서는 토지소유자 등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의 의견도 듣도록 돼 있다.

반면 보호지역 지정에 따른 행위제한은 인근 주민들에게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현행법에 따라 보호지역 내 건축물·공작물 설치와 토지 형질변경 등 일부 행위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작과 농업용수 이용, 낚시·어로 등 기존 이용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될지는 향후 주민 의견수렴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계획안도 기존 이용행위와 습지보전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태화강은 상류 자연하천부터 중류 도심하천,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기수역까지 다양한 습지환경이 연결돼 있어 여러 생물의 서식과 이동을 지원하는 등 큰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라며 “현재 국립생태원이 제출한 지정안에 대해 내부 협의 중이며, 향후 울산시와도 의견 조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