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일모도원 (日暮途遠)의 화물차 공영 차고지
울산 화물차 7만2천여대…주차공간은 포화 2035년까지 2천500면 확보 계획 속도내야 운전자 휴식권·시민 교통안전 지킬 대책 필요
밤샘 주차 중인 화물차를 추돌해 소중한 인명이 사상되는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때마다 불법 주차한 차량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강력한 단속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밤늦은 시간,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수많은 화물차가 주차해 있고 좁고 열악한 차 안에서 기사들은 새우잠을 자고 있다. 왜 그들은 멀쩡한 집과 가족을 두고 한 평 남짓한 공간에 피곤한 몸을 눕히고 있는가. 세상이 달라졌다고, 경제가 나아졌다고 말하지만 지금 화물업계의 현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상황이다. 치솟는 기름값과 운임을 제외한 모든 것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에서 하루, 한 달을 버텨내기가 벅찬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수년 전 안전운임제 등을 들고나온 화물연대의 투쟁은 정부의 강력한 팔 비틀기에 주저앉았고 그들의 주장과 절박함을 제대로 들을 의지도, 관심도 없던 지난 정부는 그들의 눈물과 좌절을 깔고 앉아 마치 불순세력을 처단한 개선장군처럼 행세했다. 그러나 정부의 압박 속에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한 그들은 주저앉고 말았지만, 그때를 시작점으로 상황은 내연하고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은 미완으로 남아 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이후 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국토의 대동맥을 달리던 수많은 차량과 종사자들은 법의 보호와 최소한의 복지 혜택도 누리지 못한 채 졸음과 과로로, 일부는 사고와 질병으로 불행한 일을 겪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번영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한 그들의 공이 적다고 하겠는가. 산업화와 민주화가 오늘의 번영을 이룩한 양 날개라면 산업화의 맨 밑바닥에서 희생한 그들의 눈물을 기억하고 이제 그들이 누려야 했던 몫을 돌려주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순리고 정의 아닌가!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주 52시간, 정당한 이윤 보장, 희망을 걸 수 있는 정부 정책, 다 꿈같은 이야기다. 그들이 운수 노동 현장에서 겪고 있는 온갖 종류의 불이익과 비정상적인 운임 체계,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마침내 ‘더 이상 희망 없음!’으로 자신의 앞날을 결정짓는 일이 일선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온갖 종류의 불이익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그들의 처지가 이해되고 또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러나 불법이 합법으로 용인되지는 않는다. 바로 화물차 불법 밤샘 주차 문제이다. 이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구조적 문제이기에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나설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 울산시는 화물차의 불법 밤샘 주차를 줄이기 위해 공영 화물차 차고지와 전용 주차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23년 기준 울산의 구, 군별 화물차 등록 대수는 북구 24,222대 남구 19,643대 동구 12,646대 중구 5,033대 울주군 11,063대로 총 72,607대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차 공간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검토가 필요한 지역은 울산항과 용잠동 일대, 그리고 북구의 효문 매곡 산업단지와 온산 국가산업단지, 청량읍과 언양권, 동구의 조선산업 밀집 지역 등으로 나타났다. 울산시는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2035년까지 2,000~2,500면의 주차면을 확보하고 산업단지와 항만을 중심으로 권역별 휴게시설 구축, 화물 운전자 휴식권 보장 및 교통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울산시의 공영주차장 확보 정책이 완성된다면 그 기대 효과로 불법 밤샘 주차 감소, 산업단지 물류 효율 향상, 종사자 휴식 환경 개선, 주택가 교통안전 및 생활환경 개선, 울산산업단지 및 울산항 경쟁력 강화 등이 기대된다. 그러나 기존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 있음에도 공영 화물차 주차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기존 주차장은 거의 민간 운영 형태이며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많은 차주가 대기 상태에 있다.
특히 타지에서 야간에 울산으로 유입된 차들은 주차 공간에 대한 정보 부족과 고속도로에서 공단 접근성의 불편 등으로 밤샘 불법 주차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위험물과 유독물 적재 차량은 주차장 확보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다양한 문제가 있음에도 울산시의 접근은 업계와 시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접근방식과 속도로는 문제의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울산시는 민선 9기의 출발과 함께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신속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제시를 요구하는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
조경환 태양복지재단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