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학생이 줄면 교육의 책임도 줄어드는가

학생 감소만으로 교육수요 판단해선 안 돼 특수교육·돌봄·AI교육 등 책임 오히려 늘어 국회 심의 과정 현장 목소리 충분히 반영을

2026-08-26     박광식 울산교사노조위원장
박광식 울산교사노조위원장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20.79%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새로운 산정 방식으로 전환하는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1972년 도입 이후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공교육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핵심 재정 기틀을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는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세수 증가에 따라 교부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현행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 효율성을 앞세운 경제 논리다. 그러나 교육재정을 단순히 학생 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학생이 줄어도 학교와 학급은 유지해야 하며, 특수교육·기초학력·돌봄·학생맞춤지원·AI교육 등 학교가 감당해야 할 공적 책임과 역할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적용해도 교부금이 전년보다 줄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년보다 줄어드느냐’가 아니다. 현행 제도를 유지했을 때 미래 교육 수요에 맞춰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교육재정과 비교해 얼마나 줄어드느냐가 핵심이다. 현행 방식을 적용할 경우 2027년 전국 교부금은 약 100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정부 개편안을 적용하면 약 78조 9천억 원에 그쳐 2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이 교육현장에서 일시에 사라지게 된다.

지방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위기감은 더욱 절박하다.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교부금 개편과 관련 재정 여건 변화가 겹칠 경우 연간 4,300억 원 규모의 재정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재원은 단순한 교육청의 경상비나 행정예산이 아니다. 일선 학교의 자율적인 교육활동비이자 노후 냉난방기·석면 교체 등 시설 개선비이며, 신도시 과밀학급 해소와 특수교육 여건 개선, 기초학력 책임지도, 학교폭력 예방 및 무너진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안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일방적 추진 절차다. 지방교육재정은 전국 유·초·중·고등학교 운영의 근간이다. 제도를 바꾸기 전에 시·도교육감, 교직단체, 학교 현장, 학부모 등 교육주체와 충분히 논의했어야 한다. 그러나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20.79% 연동제 유지와 공식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교육재정은 단순한 학생 수가 아니라 실제 학교가 감당해야 할 교육 수요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학교 수와 학급 수, 특수교육과 교육복지, 노후시설 개선과 미래형 디지털 교육 인프라 구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재정을 축소한다면, 그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와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 책임은 입법권을 쥔 국회에 있다. 국회는 정부안을 그대로 추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개편에 따른 시·도별 재정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교육감·교원·학부모 등 교육주체가 참여하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학생 수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한 아이 한 아이를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기 위해 국가가 져야 할 교육의 책임과 무게마저 줄어들어서는 결코 안 된다.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법이라면, 교육재정을 먼저 줄일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 것이 순서다.

논의의 출발점은 ‘학생이 줄었으니 교육재정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것이며, 이를 위해 얼마만큼의 든든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가’여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국회는 지금이라도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

박광식 울산교사노조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