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인구정책은 공간정책이다
양질의 일자리 찾아 청년층 탈울산 제조 AI 전환 · 정주여건 개선 ‘속도’ 광역철도·트램 연계 공간거점 설계 일하고 즐기고 살고 싶은 울산으로
울산은 오랫동안 '일자리를 찾아 사람이 모이는 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2016년 이후 울산은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고 있고, 2025년 한 해에만 5,000여명이 다른 지역으로 순유출됐다. 더 뼈아픈 것은 그 절반 이상이 20·30대 청년이라는 사실이다. 전체 인구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23.5%로, 10년 전보다 6%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산업수도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그 도시를 이어받을 젊은 세대는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울산은 일자리가 많은데 왜 떠나느냐"라고 묻는다. 그러나 청년 유출의 본질은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질, 다양성'에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여러 연구가 공통적으로 짚듯, 울산의 인구 감소는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즉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지역이 제공하는 일자리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 중심의 제조 현장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청년들이 바라보는 일자리는 정보통신과 인공지능(AI) 같은 신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생산은 울산에서 이뤄지되 연구·기획·경영 기능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청년들은 "이곳에 남아서는 성장할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청년이 원하는 산업을 울산이 직접 키워야 한다.
다만 AI 생태계를 맨바닥에서 새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현실적이지 않다. 울산의 AI 기반은 아직 미완성 단계지만, 울산에는 다른 도시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강점이 있다. 바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이다.
AI를 제조와 분리된 별개의 산업으로 좇기보다, 제조 현장에 AI를 결합한 '제조 AI'로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러 번 언급된 바 있다.
공정 최적화, 예지정비, 자율 생산을 다루는 제조 AI는 울산의 주력 산업과 맞물려 후방의 부품·소프트웨어 산업과 전방의 응용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다.
핵심은 이 분야의 인재를 외부에서 데려오는 데 그치지 않고 '울산에서 길러내는' 것이다. 지역의 대학·연구기관·기업이 함께 제조 AI 인재를 양성하고 그들이 일할 무대를 지역 안에 마련할 때, 일자리 미스매치와 청년 유출이라는 두 문제가 동시에 풀린다.
다만, 일자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 인재는 직장 하나만 보고 도시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들이 함께 따지는 것은 도시의 '삶의 질', 곧 정주여건이다. 교통과 문화, 주거가 한데 어우러진 매력적인 생활환경 없이는 우수한 인재를 붙잡을 수 없다.
정주여건은 시설 하나를 늘린다고 갖춰지지 않는다. 흩어진 자원을 한 곳에 모아 압축적으로 개발하는 '공간거점' 전략이 필요한 까닭이다.
설령 일자리가 거점과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주거·문화·일상 서비스만큼은 거점을 중심으로 복합적으로 묶어내야 한다.
인구정책은 공간정책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 공간거점은 어디인가. 답은 철도역, 곧 역세권이다.
마침 울산은 철도망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 재편의 문턱에 서 있다. KTX 울산역이 이미 광역 관문 역할을 하고 있고, 울산·양산·부산을 잇는 광역철도가 추진되고 있으며, 도심을 관통하는 트램도 계획돼 있다.
이 역세권들을 단순한 교통 결절점으로 남겨 둬서는 안 된다. 일자리와 주거, 문화와 서비스를 수직·수평으로 쌓아 올리는 복합입체개발의 무대로 삼아야 한다.
철도가 만든 거점 위에 청년이 일하고, 살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압축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머물고 싶은 울산'이 만들어진다. 도시철도 트램도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울산시도 제2차 인구정책 종합계획(2027~2031)에서 '교육―일자리―정주'를 하나의 선순환으로 잇겠다고 밝혔다. 옳은 방향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선순환을 '어디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다. 제조 AI라는 산업의 답과 역세권 복합개발이라는 공간의 답을 하나로 꿰는 것, 그것이 청년을 떠나보내지 않는 울산의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청년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도시, 울산은 충분히 그런 도시가 될 수 있다. 정현욱 울산연구원 도시공간 연구실장·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