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박람회는 끝났지만 공원은 남았다…만하임 BUGA의 48년
[전국 순회형 K-BUGA, 정원도시 울산 미래 열다] ④시민공원서 기후 인프라로…루이젠파크는 ‘집중 관리’, 슈피넬리는 ‘비움’의 전략
2026-08-27 강태아 기자
#48년의 시차…공원에서 도시 기후 인프라로
만하임은 1975년 첫 BUGA를 개최한 뒤 48년 만인 지난 2023년 다시 BUGA를 열었다. 1975년 박람회장은 네카어강 남쪽의 루이젠파크와 북쪽 헤어초겐리트파크였다. 당시 두 공원을 에어로버스(Aerobus)로 연결했는데 두 공원은 첫 박람회 이후 유료 입장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만하임시와 독일연방정원박람회협회(DBG)는 시민투표가 끝난 이듬해인 2014년 4월 ‘BUGA Mannheim 2023 gGmbH’를 설립했다. 이 법인은 박람회 운영만이 아니라 계획과 실행, 사후 정리까지 맡도록 만들어졌다. 박람회가 끝난 뒤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도 준비 단계부터 도시계획에 반영했다.
#루이젠파크는 돈을 들여 관리하는 공원
2023년 BUGA를 앞두고 조성한 ‘새로운 공원 중심부(Neue Parkmitte)’다. 이 곳에는 수중 전시공간과 식음시설, 대형 조류사와 펭귄 시설 등이 들어섰다. 냉난방은 인근 하수관로에서 회수한 폐수열을 히트펌프로 끌어올려 활용한다. 이 시스템으로 여름철 펭귄 사육장의 온도를 낮추는 것도 활용한다.
슈넬바흐 대표는 “일반인은 이게 잡초인지 아닌지 구분을 잘 못한다. 전문 자격을 갖춘 정원사만 이 구역을 맡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루이젠파크의 운영방식이 잘 드러난다.
관리를 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공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수준 이상의 경관과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인력과 비용을 계속 투입하는 방식이다.
재정구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디어·홍보·법률 책임자인 알렉산드라 윈드(Alexandra Wind)는 현장 인터뷰에서 연간 입장료 수입 약 800만 유로, 행사·이벤트 수입 약 200만 유로, 만하임시 지원금 약 700만 유로를 주요 재원으로 설명했다. 이 세 항목만 놓고 보면 자체수입 비중이 약 60%다.
공원을 무료로 개방해야 공공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다시 찾을 만한 품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또 다른 공공공원의 운영 방식임을 보여줬다.
#슈피넬리파크 전략은 ‘방치’가 아니라 ‘덜 건드리는 것’
트램을 타고 슈피넬리파크로 이동하자 도심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군사시설의 건물들이 오덴발트의 차고 신선한 공기의 흐름을 막았지만, 대부분 철거된 뒤 냉기가 도심 방향으로 흐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아스팔트 등 불투수면을 걷어낸 것도 빗물 침투와 증발에 따른 냉각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U자형 창고(U-Halle) 60%를 걷어내 바람길 열었다
라인강 상류 평야에 자리한 만하임은 여름철 열부하가 큰 도시다. 한낮의 열기가 밤까지 빠져나가지 않아 최저기온이 20℃를 웃도는 열대야가 빈번했는데 2023년 만하임 도심 슐로스가르텐슈트라세 관측소에서는 열대야가 27일이나 관측됐다.
만델 회장에 따르면 슈피넬리의 ‘방임’은 게으름이 아니라 이 ‘바람길’이라는 기후 인프라 자체를 지키기 위한 적극적 선택이다. 실제 이 전략은 결과로 증명됐다. 아스팔트와 옛 미군 건물 100여 채를 걷어내고 바람길을 조성한 결과, 만하임 도심 야간 기온이 3℃ 낮아지는 효과가 측정됐다.
부지 일부는 직업훈련생을 위한 임대주택(Boarding Haus)과 저소득층·한부모 가정을 위한 사회주택으로 개발중이었다. BUGA 당시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와 자연 체험형 채소밭은 철거하지 않고 시민 생활 인프라로 영구 존치됐다. 잔존 구조물 일부는 향후 박물관 분원으로 활용할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만델 회장은 전했다.
#두 공원 이어준 케이블카도 ‘영구시설’이 아니었다
이 케이블카는 2021년 네덜란드 알메러 세계원예박람회에서 한 차례 사용된 이력이 있는데 BUGA 2023 종료 후에는 알프스 지역으로 이전, 스키 곤돌라로 사용중이다.
설치·운영·철거를 포함한 전체 임대비용은 약 800만 유로, 이 케이블카는 BUGA 2023때 약 300만 명을 실어 날랐다.
슈넬바흐 대표는 “동일 거리를 트램으로 지었다면 3,000만 유로가 들었을 거다”고 했다. 시간당 양방향 각각 2,800명을 실어 날랐던 이 케이블카는 행사 종료 후 철거됐고 두 부지 간 이동은 다시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두 공원의 운영방식은 이렇듯 같은 듯하면서도 다소 다른 점이 있었다.
루이젠파크는 입장료와 전문인력,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품질을 유지한 반면 슈피넬리파크는 반대로 핵심 공간을 비워 두고 도시의 바람과 물, 생물이 움직일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박람회가 끝난 뒤 무엇을 할지를 폐막 이후에야 고민하지 않았다는 점은 공통점이었다. 어떤 공간은 돈을 들여 관리하고, 어떤 공간은 덜 개입하며, 누가 관리하고 어떤 시설을 남길지를 박람회 이전부터 도시계획과 운영체계 안에 넣었던 것이다.
#수십 년 뒤에도 시민이 찾아와 일상을 보내는 공간
만하임이 보여준 것은 박람회장을 얼마나 화려하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공간은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어떤 공간은 비워둘 것인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걷어낼 것인지, 그리고 누가 그 공간을 계속 책임질 것인지를 박람회가 열리기 전부터 결정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