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인정에도 울주군 산하 기관장으로 이직 ‘논란’

직장 내 괴롭힘 재조사 중 타 지자체 산하 기관장 공모 합격 사직 후 괴롭힘 사실 최종 인정…퇴직 상태로 별도 제재 없어 결격사유 조회에도 재조사 사실 공유 안 돼 임용 절차 진행 공무원노조 “가해자에 면죄부…인사 검증 시스템 허점”

2026-08-27     신섬미 기자
직장 내 괴롭힘 재조사를 받던 기관장이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사직한 뒤 다른 지자체 산하 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재조사를 받던 울산 북구청 산하 기관장이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사직하고 울주군 산하 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겨 논란이 일고 있다. 이후 괴롭힘 사실이 최종 인정됐지만, 이미 퇴직한 상태여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게 되자 인사 검증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울주문화재단과 북구청,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본부 북구지부 등에 따르면 북구청 산하 기관장이던 A씨는 지난 7월 30일 울주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한 기관의 기관장 공모에 최종 합격했다.

이에 합격 당일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8월 14일부터 울주군 산하 기관에 출근하고 있다.

문제는 A씨가 새 기관장 공모에 지원하고 합격할 당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관련한 재조사를 받는 중이었다는 점이다.

A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지난 3월 처음 접수됐다.

북구청 감사팀은 자체 조사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해당 없음’ 판단을 내렸다. 이후 노무사에 의뢰해 진행한 2차 조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는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사가 이뤄졌고 피해자들의 진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북구청은 지난 6월 말부터 A씨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갔다.

A씨는 재조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른 지자체 산하 기관장 공모에 지원해 합격했고, 곧바로 사직서를 냈다.

이 과정에서 새 기관장으로서의 적격성을 확인하는 절차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합격 당일 울주문화재단은 북구청에 결격 사유 조회를 요청하며 일정 기간 내 회신이 없으면 ‘해당 없음’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내용은 A씨가 본 재단이나 다른 기관에서 징계로 파면 처분을 받은 지 5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해임 처분을 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는지 여부다.

북구청은 A씨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회신을 하지 않았다.

울주문화재단은 이를 바탕으로 임용 절차를 진행했고, 그사이 북구청의 재조사도 마무리됐다.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최종 인정돼 노조에 통보했다. A씨가 울주군 산하기관으로 출근하기 불과 나흘 전이었다.

북구청은 “감사팀 조사 결과가 중징계 이상의 사안일 경우 사직서 수리를 제한하는데 A씨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아 8월 12일자로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제재 없이 울주군 산하 기관의 기관장을 맡고 있다.

울주문화재단과 A씨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퇴직처리가 됐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곧바로 다른 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울산지역본부 북구지부 관계자는 “북구청은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재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울주문화재단에 알렸어야 한다고 본다”며 “피해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게 조사에 응한 피해자들만 또 다른 억울함과 상처를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