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개장 먼저”...중산스포츠타운 BF 본인증 취지 ‘뒷전으로’

북구 ‘예비인증으로 충분’ 행정판단 도마 올라

2026-08-30     김귀임 기자

울산 북구 중산스포츠타운 조감도. 울산매일포토뱅크.
울산 북구 중산스포츠타운이 법적 필수 기준인 BF(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본인증 용역을 받지 않았더라도 준공만 된다면 시설을 사용할 방침을 밝혀 ‘안일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업 기간은 BF 용역 등을 이유로 1년 연장하면서도 시설은 완공만 되면 인증 전에 개방하겠다는 것인데, 보건복지부조차 안전검증을 위해 원칙적으로 본인증을 획득한 뒤 개방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행정 판단이 도마에 올랐다.

30일 북구에 따르면 구는 최근 BF 본인증 미심사 등을 이유로 중산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을 2026년 12월에서 2027년 12월까지로 사업기간을 1년 연장했다. 이는 중산스포츠타운이 장애인 등 편의에 관한 법률에 따른 BF 인증의무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BF 인증이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보행약자가 시설을 불편이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과 안정성을 평가‧인증하는 제도다. 예비인증은 설계도면 단계에서, 본인증은 공사가 완료(준공)된 후 실제 시설을 대상으로 안전 검증이 이뤄진다.

문제는 준공과 구분되는 시민 개방 시점이다. 북구는 사업이 암반‧문화재 발굴 등으로 계속 미뤄지자, 내년 2월 시설 준공이 이뤄지면 BF 본인증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시민들에게 우선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공사 전 설계단계에서 BF 예비인증을 획득해 이로 ‘실제 사용’까지 갈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비인증만으로 개방을 결정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관계기관의 의견이다.

보건복지부는 시설 준공에도 BF 인증 취지에 맞게 가급적 본인증을 획득한 뒤 개방할 것을 권고한다. 혹시 모를 안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증기관에서 안내되는 준공‧사용승인이라는 시점 자체는 사실상 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때부터 ‘본인증 심사’를 진행하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다시 말해 가급적 빨리 본인증을 획득하라는 뜻으로, 예비인증만으로 시설을 먼저 써도 상관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다만 일부 지자체가 공기 지연 등을 이유로 이러한 권고를 지키지 않고 있고, 현행법상 ‘선 인증, 후 개방’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북구 내 다른 시설에서도 예비인증과 본인증이 끝난 뒤에도 BF 관련 대규모 보완공사가 이뤄진 사례가 있어 북구의 ‘예비인증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에 의문이 제기된다.

송정복합문화센터의 경우 BF 본인증을 획득했음에도 이후 사후관리 과정에서 출입문과 방화문 단차, 샤워시설 등 15건의 위반사항 받아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수천만원의 대규모 공사가 진행됐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면 북구의 방침은 더욱 대조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세종시 산울동(6-3생활권) 방축천 문화공원 조성 과정에서 BF 본인증 심사 시기가 8월에서 오는 10월로 연장되는 등의 이유로 공원 완공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시설 개방도 늦추고 있다. 물론 시민들로부터 “왜 다 만들어놓고 개방을 안하냐”는 지적도 받는 중이다.

LH 관계자는 “해당 공원의 경우 BF 예비인증을 마쳤더라도 BF 본인증까지 마쳐야 지자체에서 ‘완공’으로 판단하고, 시설을 세종시에 인계할 수 있어 개방이 늦어지고 있다”며 “추후 안전상의 우려를 막기 위해서라도 BF 본인증 절차를 건너뛰고 실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고 알고, 사업들을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언제부터 시설 실사용이 예비인증으로 갈음됐는가’라는 비판도 나온다.

백현조 울산시의원(산업건설위원장)은 “BF는 시민들과의 약속이자, 정부 지침”이라며 “이미 사업기간도 연장된 만큼 모든 용역과 절차를 완료한 뒤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백 의원은 “만약 시설 이용 과정에서 인증 미흡으로 인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복지단체는 “지자체에서 BF 본인증 심사가 늦어지는 경우, 시설을 놀리기 아까워(놔둘 수 없어) 대한지체장애인협회 등에서 구분되는 사설‧민간 단체를 불러 완공 전 사용을 확인하는 행정상의 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건 명백히 BF 본인증과 구분되는 ‘최소한의 조치’로, 취지상 인증 후 개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귀띔했다.

북구는 중구 등 다른 곳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예비인증을 받았다면 시설 개방에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북구 관계자는 “벌써 많은 사업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인증기관에 자문을 받은 결과 예비인증을 받았으면 ‘시설을 실제 사용한 후’에 별도로 본인증 심사 용역을 진행해도 된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다만 본인증 획득 절차는 필수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행정상’의 사업기간만 1년 연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공기 우선 영향에, BF 인증제도의 취지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BF는 굉장히 강한 규제임에도, 녹색건축인증이나 에너지효율등급 등 다른 인증제도에 비해 인증기관 수와 수수료가 적다 보니 인증 기간이 길어져 사업기간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수료가 낮아 수요 대비 인증기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BF 인증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