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병상서 200병상으로…울산의료원 ‘지속가능형’ 새판 짠다
김상욱 시장, 현안점검서 200병상 수준 추진 방향 공개 올 상반기까지 350병상안 유지…다시 한 차례 규모 조정 의료인력 수급·운영비 감안해 건립 이후 지속가능성에 방점 일반·필수의료 유지하면서 어린이 치료 기능 특화 공공전문진료센터 지정 땐 소아진료 손실 보상 활용 가능 병상 축소 경제성 개선 효과는 추가 검증 과제로
2026-08-30 김상아 기자
병원 규모를 키우기보다 의료인력 확보와 운영 부담을 감당하면서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몸집은 줄이되 울산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어린이 치료 기능을 특화하고 일반·필수의료를 함께 담당하도록 기능을 압축한다는 구상이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지난 28일 울산의료원 건립 예정부지인 북구 송정동 11-5번지 일원에서 진행된 현안점검에서 울산의료원을 200병상 수준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규모를 다시 줄이는 핵심 이유는 건립 이후의 지속가능성이다. 공공병원은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데다 개원 이후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운영적자 등 지속적인 재정부담이 뒤따른다. 지역 의료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병상 규모만 크게 잡을 경우 실제 가동과 장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울산의료원의 병상 규모 조정은 이번이 두 번째다.
시는 당초 500병상 규모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2023년 정부 타당성재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뒤 350병상으로 규모를 줄여 재추진했다. 이후 350병상·20개 진료과를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다시 짰고, 올해 3월까지만 해도 ‘350병상 규모 어린이 치료 특화 울산의료원’ 설립을 공식 계획으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차례 더 몸집을 줄여 200병상 수준으로 사업을 재설계하는 방향을 잡은 것이다.
규모를 줄이는 대신 의료원이 맡을 역할은 보다 선명하게 가져간다.
울산시는 일반 진료와 지역 필수의료 기능을 유지하면서 어린이 치료 분야를 특화하는 방향으로 의료원 기능을 설계하고 있다. 어린이 환자만 진료하는 별도의 어린이병원이 아니라 지방의료원으로서 공공의료를 담당하면서 지역의 취약한 소아·청소년 의료기능을 보강하는 형태다.
울산의 어린이 의료 인프라는 전국적으로도 취약한 수준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의 ‘2025년 중앙모자의료센터 통계집’에 따르면 2024년 울산의 소아·청소년 인구 10만명당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19.1곳으로 전국 평균 29.9곳의 64% 수준에 그쳤다. 17개 시·도 가운데 전남 10.3곳, 세종 15.0곳, 광주 18.3곳에 이어 네 번째로 적었다. 서울은 40.4곳, 부산은 33.6곳이었다.
어린이 치료 특화는 운영 측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여지가 있다.
향후 울산의료원이 보건복지부의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돼 관련 사후보상 제도에 참여할 경우 수익성이 낮은 소아 중증진료에서 발생하는 의료손실을 일정 부분 보상받을 수 있다. 소아진료의 낮은 수익성 때문에 발생하는 운영 부담을 정부 지원체계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어린이 치료 기능을 갖춘다고 곧바로 지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지정과 관련 요건을 충족해야 사후보상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는 만큼 향후 울산의료원의 구체적인 특화 기능 설계와 함께 센터 지정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이에 따라 재설계 과정에서는 200병상 수준에 맞춰 필요한 진료과와 의료인력, 응급·필수의료 및 감염병 대응 기능, 어린이 치료 특화 범위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병상 수를 줄이면서도 공공병원으로서 요구되는 기능을 어느 수준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00병상으로의 축소가 실제 경제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도 검증해야 할 숙제다. 전체 건립비와 운영비 절감은 기대할 수 있지만 필수 진료과와 의료인력, 검사·응급시설 등 일정 수준 이상 갖춰야 하는 고정비까지 병상 수에 비례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울산의료원 타당성조사에서도 병상 규모와 경제성이 단순히 반비례하지 않았다. 2021년 울산시 자체 용역에서는 400병상안의 비용 대비 편익(B/C)이 0.929였던 반면 500병상안은 1.122로 더 높게 분석됐다. 당시와 현재의 사업조건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200병상 재설계에서도 건립비뿐 아니라 병상 가동률과 의료인력, 진료수익, 필수시설 운영비 등을 종합한 경제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사업 현실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울산의료원이 앞서 경제성 문제로 정부 문턱을 넘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는 규모를 현실화하면서도 지역에 필요한 공공·필수의료와 어린이 치료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 울산시가 추진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200병상 규모는 최종 확정은 아니다. 시는 세부 병상 수와 진료기능은 추가 검토와 정부 협의 등을 거쳐 구체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