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오래된 잡담

2019년부터 기다린 새 특수학교 세 번 미뤄진 개교에 커지는 걱정 아이들 곁 작고 가까운 학교 필요

2026-08-31     이은영 울산행복학교 교사
이은영 울산행복학교 교사

15시.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특수학교 연구실은 시끄럽다.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 쌓인 마음을 털어내는 시간이랄까. 커피도 한 잔씩 들고 더러는 다디단 사탕도 입에 문 채 회전의자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한다.

‘오늘은 등교 버스 내리면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역시나였어요’로 시작하는 말, ‘우리 반 2교시 소리 들었어요?’로 시작하는 말, ‘오늘 점심에 그거 나왔잖아요’로 시작하는 말, ‘우와, 오늘 하교 때 말이에요’로 시작하는 말, 모두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말들이다. 그 다 아는 말들을 서로 나누며 웃기도 하고 때로 짜증도 좀 내는 이 시간은 딴딴한 근육질의 특수학교 근무를 말랑말랑하게 풀어주는 안식의 시간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 끝에 오늘도 오래된 잡담이 한 상 가득 올라왔다. 2019년부터 우리를 설레게 했다가 지금은 감감무소식인 그 이야기. 패턴은 늘 거의 비슷하다. 아이들이 보이는 여러 가지 이유의 도전행동들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노력에 비해서 너무나도 앙상한 결과―우리의 힘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은 현실―그리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우리의 희망들과 그중 가장 현실적일지 모르는 대안 첫 번째.

새로운 특수학교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울산에는 공립 특수학교가 2개밖에 없다. 사립을 합해도 4개. 늘어나는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특수학급을 늘리는 것과는 별개로 특수학교가 더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 목소리에 응답하여 처음으로 제3공립 특수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 2019년의 일이었다. 2023년까지는 야음동에 학교를 지어서 아이들의 특수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장거리 통학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021년엔 2024년까지 짓겠다고 했다가 2023년엔 다시 옥동으로 부지를 변경하여 2028년에 개교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2024년엔 신설 최종 통과 소식을, 2025년엔 숲속 학교 개념의 설계 공모 당선작 발표 및 본격 건립 추진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리고 2026년 지금은, 조용하다. 벌써 세 번이나 개교 시기를 변경했는데 올해 이리 조용하니 걱정도 된다. 암암리에 28년 개교는 어려울 것이고 30년은 넘어야 될 수도 있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동구 끝, 남구 끝에서 반천에 있는 우리 학교까지 오는 동안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지, 그 먼 길을 오느라 지친 아이들을 달래며 가르치고 지원해야 하는 교직원들의 하루하루는 얼마나 또 파란만장할지, 누가 생각이나 하려나.

새 학교도 지금 있는 특수학교처럼 지을 거라고 한다. 유치원부터 전공과(*고등학교를 졸업한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이 성인기를 준비하기 위해 다니는 교육과정)까지 무려 5개의 학교급이 한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과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일까? 일반 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만 같이 있어도 난리굿인데 말이다.

우리가 바라는 특수학교는 큰 학교가 아니다. 아이들의 연령과 장애 특성을 고려한 작은 특수학교들이 동네방네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대규모 교육시설의 효율성이 놓치기 쉬운 아이들의 몸짓, 표정, 숨소리 들을 온전히 품고 아이들의 몸집에 맞는 학교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땅도 돈도 많이 필요한 그래서 시간도 많이 걸리는 큰 특수학교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퇴근 시간이다. 잡담도 접고 노트북도 접는다. “집에 다녀올게요.”라고 인사하고 먼저 나가는 선생님들의 다정한 뒷모습을 본다. 저 작은 등이 우리 아이들의 울타리이다. 내일 아침 또 먼 길을 달려와 우리에게 기댈 아이들에게 조금 더 튼튼한 등을 내어주기 위해 열심히 퇴근해야겠다.

이은영 울산행복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