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극항로 시대, 울산이 주도적 역할 하려면

2026-08-31     강정원 논설실장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빙 감소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뱃길인 북극항로가 글로벌 해운·물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최근 10년 만에 국적 내빙 컨테이너선이 부산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북극 시범 운항에 나서며 ‘북극항로 상용화’는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부 역시 2030년 정기 서비스 개설과 2040년 상용항로 안착을 목표로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기에 울산이 해양수산부의 북극항로 스타트업 ‘실증 오픈랩’ 구축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단순한 화물 경유지를 넘어 미래 극지 해양 신산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이다.

울산은 북극항로 시대의 중심에 설 최적의 입지와 산업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울산항은 최근 10년간 국내 항만 중 가장 많은 북극항로 선박 기항 실적을 기록한 명실상부한 극지 거점 항만이다. 여기에 연간 1억 6천만 톤에 달하는 액체화물 처리 역량과 그린메탄올·LNG·암모니아로 이어지는 선제적 친환경 벙커링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북극해 운항을 위해선 국제해사기구의 강력한 환경 규제를 충족해야 하는 만큼, 친환경 다중 연료 공급망을 갖춘 울산항은 북극항로의 핵심 연료 보급 기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울산이 진정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 연료 공급지(주유소)’라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정부의 ‘실증 오픈랩’ 사업 참여를 계기로, 울산의 막강한 조선·해양 플랜트 제조 기반과 연계한 고부가가치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극한의 결빙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들은 선체와 프로펠러 손상 등에 대비한 정밀 유지·보수·정비(MRO)와 내한·내충격용 특수 기자재의 실증이 필수적이다. 세계 1위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과 지역 기자재 업체들이 밀집한 울산이야말로 극지용 선박 MRO, 자율운항 및 내빙 기자재 테스트베드, 관련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육성의 최적지다.

해수부는 세부 사업 계획 심의 과정에서 부·울·경 간 단순 분점이 아닌, ‘울산 특화형 극지 해양기자재 실증 및 스타트업 오픈랩’ 기능을 확실히 부여해야 마땅하다. 울산시도 울산항만공사, 지역 조선·기자재 업계, 연구기관이 긴밀한 삼각 협력체계를 구축해 북극항로 스타트업 ‘실증 오픈랩’ 구축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