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건강] 살 빼는 주사 전성시대…‘진짜 치료’는 생활습관

[김보미 동강병원 전문의_신약 시대 올바른 비만 치료법] 체중 감량분 약 30%가 근육 손실 약물 오남용 시 요요·대사 저하 위험 ‘기적의 약’ 아닌 페이스메이커 단백질 섭취·주 150분 이상 운동 필수

2026-09-02     김상아 기자
김보미 동강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동강병원 제공
요즘 병원 진료실이나 검진센터에서는 비만 주사제에 관한 환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혁신적인 신약들이 잇따라 주목받고 경구용 치료제 개발 소식까지 전해지며 비만 치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과거 체중 감량을 개인의 의지나 미용의 영역으로 여겼던 것과 달리, 이제는 의학적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의료계 역시 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환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 열풍 속에서 의료 현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약 한 알이나 주사 한 번이면 식습관 개선과 운동 없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 탓에 비만 질환의 본질과 궁극적인 치료 목표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보미 동강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신약 시대의 올바른 비만 치료법과 건강한 감량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습관 관리법을 짚어봤다.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닌 질환

의학적으로 비만은 단순히 체중계의 숫자가 많이 나가는 상태가 아닌 엄연한 질환이다. 과도한 지방이 전신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뇌와 호르몬계가 감량에 저항하도록 만드는 복합 만성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비만은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심부전,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의 강력한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 주요 암 발생률을 높이고 관절염, 수면무호흡증, 지방간, 만성 콩팥병 등 전신 장기에 걸쳐 합병증을 유발한다. 나아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비만 낙인’과 우울증 등 정신건강까지 위협하여 궁극적으로 기대수명을 크게 단축시킨다.

#GLP-1 계열 신약, 효과만큼 주의점도

이러한 상황에서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늘려주는 GLP-1 계열 신약의 등장이 비만 치료에 큰 전환점이 된 것은 사실이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15~20%에 달하는 놀라운 체중 감량 효과와 함께 심혈관 질환 예방 이점도 입증되었다.

하지만 뛰어난 효과 뒤에 숨겨진 주의점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메스꺼움, 구토, 변비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은 흔하게 나타나며, 급격한 감량 과정에서 담석증이나 탈모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약으로 살을 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근손실과 영양 불균형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물로 빠지는 체중의 약 30%가 지방이 아닌 근육량 감소에서 비롯된다. 영양 섭취가 부실한 상태에서 살이 빠지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나중에는 오히려 살이 더 잘 찌는 체질로 변하게 된다. 또한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이면 우리 몸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보상 기전 때문에 순식간에 요요 현상이 찾아올 수 있다.

결국 비만 치료에서 신약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라 치료를 시작 및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에 불과하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비만 치료의 뿌리이자 정답은 언제나 지속 가능한 생활습관 교정이다.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고 진짜 건강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바른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이 병행되어야 한다.

#식사 요법, 영양의 질과 지속 가능성이 핵심

식사 요법의 핵심은 무조건적인 칼로리 제한이 아닌 영양의 질과 지속 가능성이다. 최소 하루 800~1,200㎉ 이상의 적정 에너지를 유지하되, 초가공식품, 액상과당, 트랜스지방을 피하고 지중해식 식단처럼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자연식품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약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이상체중 1㎏당 1~2g의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이다.

식단 관리는 무엇을 먹느냐뿐 아니라 장을 보고 음식을 조리하는 단계부터 달라져야 한다. 음식은 배가 부른 상태에서 미리 작성한 목록표에 따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장을 보면 계획하지 않은 고열량 식품이나 간식을 충동적으로 고르기 쉽기 때문이다. 조리할 때는 튀김이나 볶음보다는 조림이나 구이를 선택하고, 고기는 물에 한 번 데쳐 기름기를 빼는 것이 좋다. 생선도 기름에 튀기기보다 그릴이나 오븐을 활용하면 불필요한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자극적인 음식은 자연스럽게 밥이나 다른 음식을 더 많이 먹게 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담백하게 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사를 하는 환경도 체중 관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적은 양의 밥그릇과 수저를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한 번에 먹는 양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식사를 마친 뒤 식탁에 남은 음식을 그대로 두기보다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추가 섭취를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식사 중에는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신 음식의 맛과 식감, 배가 차는 느낌에 집중하는 ‘마음챙김 식사법’을 연습해보는 것도 좋다. 특히 서둘러 식사를 마치지 않고 20분 이상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외식과 간식을 관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식간에 허기가 느껴진다고 곧바로 음식을 찾기보다 산책이나 목욕 등 다른 활동으로 관심을 돌려보는 방법이 있다. 외식할 때는 덮밥이나 우동처럼 한 가지 메뉴로 구성된 단품 요리보다 여러 반찬과 야채가 함께 나오는 정식이나 백반을 선택하고, 야채부터 먼저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정제 탄수화물이나 단 음료를 자주 먹는 대신 시원한 물이나 차를 마시는 습관도 식단 관리에 도움이 된다.

#유산소·근력 운동 병행해 근육 보존

운동 요법 역시 체중 감량과 근육 보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운동 단독으로는 체중 감량 폭이 아주 크지 않더라도, 감량 시 근손실을 막아주고 뺀 살이 다시 찌지 않도록 유지해 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유산소 운동과 정기적인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만 급격한 감량기 동안 근육량과 골밀도를 지켜내고, 약물 투여를 중단하더라도 감량된 체중을 유지해 주는 단단한 대사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유산소 운동은 빠르게 걷기나 실내 자전거, 수영처럼 조금 숨이 찰 정도의 중강도 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다. 하루 30분 이상, 주 5회 정도 꾸준히 실시해 주당 150분 이상의 운동량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다. 운동에 어느 정도 적응한 이후에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간을 조금씩 늘려 주당 250~300분 정도까지 운동량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력 운동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스쿼트와 팔굽혀펴기, 아령 운동처럼 큰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을 주 2~3회 실시하면 체중을 감량하는 과정에서 근육량이 함께 줄어드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한 번 운동할 때는 동작별로 8~10회를 한 세트로 해 2~4세트 정도 실시하는 것이 좋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꾸준히 하면 근육량을 지키면서 기초대사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6개월 이내 체중 5~10% 감량을 목표로

체중의 5~10%만 감량해도 혈압과 혈당이 개선되며 비만으로 인한 대부분의 합병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눈앞의 빠른 결과에 조급해하기보다는 6개월 이내에 자기 체중의 5~10% 감량을 합리적인 목표로 잡고 과정을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만 관리는 단기간에 끝나는 숙제가 아니라 평생을 가꾸어 나가는 건강한 삶의 여정이다. 새로운 비만 치료제들은 이 긴 여정의 초반 고비를 잘 넘기도록 돕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주사제나 알약이라는 편리한 도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반드시 전문의와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평가받고 약물 치료와 더불어 식단, 운동, 수면 등 전반적인 생활 습관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약물의 힘을 지혜롭게 빌리되 결국 내 몸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도권은 건강한 식단과 운동 습관을 잘 유지하는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