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임금·근무환경도 행정 책임”…울산 북구, 파격 조례 띄웠다

5개 구·군 최초 ‘모든 노동자 조례’ 추진 적정 임금·근무환경 조성 책무 명문화 자동차산업 노동자 밀집 지역 특성 반영

2026-09-02     김귀임 기자
울산 북구가 그동안 기업의 책임 영역으로 여겨지던 ‘임금’과 ‘근무환경’까지 행정의 책무로 담아낸 노동자 권리 조례 제정에 나선다. 게티이미지뱅크
울산 북구가 그동안 회사의 몫으로 여겨지던 ‘적정 임금’과 ‘근무환경’까지 행정의 영역으로 끌어온다. 북구가 모든 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구청장 책무로 명시한 ‘노동자 권리 조례’를 추진하면서, 지역 노동정책의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2일 북구에 따르면 구는 최근 ‘울산광역시 북구 노동자 권리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조례안은 다른 구·군과 달리 특정 근로자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노동자’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구청장의 책무를 규정한 조항이다.

조례안 제4조에는 구청장이 노동자가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하는 등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고, ‘적정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노동자의 안전하고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과 노동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임금이나 근무환경은 그동안 개별 사업장의 사용자와 노동자 간 노사관계 영역으로 인식돼 온 만큼, 이를 지자체의 책무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울산시를 제외한 5개 구·군 가운데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례가 마련되는 것은 북구가 처음이다. 그동안 울산지역 기초지자체에는 특정 근로자 외 모든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직접적으로 다룬 조례가 없었다.

노동자 권익을 위한 별도 지원체계도 마련한다.

조례안에는 노동자 권익 보호와 증진을 위한 지원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관련 정책을 심의·자문할 ‘노동자권익보호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도 담겼다. 위원회는 15명 이내로 구성하며 구청장이 위원장을 맡도록 했다.

북구가 노동자 중심 정책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지역 산업구조가 자리한다.

업계에 따르면 북구에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비롯해 320여개의 자동차 핵심부품업체 등이 밀집해 있다. 자동차 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규모만 약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미래차 산업 전환 등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노동환경 역시 큰 변화를 맞고 있는 만큼, 지자체 차원의 노동정책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북구의 판단이다.

앞서 이동권 북구청장도 출마 선언 당시 ‘노동정책계’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걸며 노동정책 강화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북구 관계자는 “북구는 현대차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군의 노동자가 일하고 생활하는 지역”이라며 “이번 조례가 제정되면 모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